'하늘을 봐야 돈을 벌지'..일기예보 챙기는 기업들

블랙야크 날씨경영 힘입어 상반기중 300억 매출증대
도시철도, 수력원자력 등 기상정보로 재해 예방
  • 등록 2012-11-09 오전 9:24:27

    수정 2012-11-09 오전 9:24:27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서울에 첫 얼음이 언 2일. 아웃도어 의류 전문업체인 블랙야크에서 일하는 박정훈 차장은 8시 출근과 함께 컴퓨터를 켜고 날씨정보를 체크했다. 일부 지역에서 영하권의 기온을 기록하는 등 초겨울 날씨가 토요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를 접한 박 차장은 영업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국 300여개 매장에 블랙야크 헤비다운인 ‘B5XG6재킷’을 이날의 추천상품으로 공지했다.

강원도 철원군에서 블랙야크 매장을 운영하는 권순근 사장. 오전 9시 출근과 함께 포스(POS)시스템을 켜고 날씨정보와 함께 본사에서 추천한 상품목록을 체크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쇼윈도우의 마네킹이 걸치고 있던 초경량 다운재킷을 좀 더 두터운 다운재킷으로 바꿔 입히라고 지시했다
.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기상’ 분야까지 확장된 지는 오래다. 날씨는 농식품 패션은 물론 조선 전자 자동차 등 굴뚝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름에 겨울옷을 준비하는 패션업계는 날씨예보의 정확도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요동친다. 가전회사 또한 여름 날씨를 예상해 봄부터 에어컨, 선풍기의 생산량을 조절한다. 조선소는 날씨를 예측해 선박 건조일정을 조정하고 자동차회사는 각국의 기후에 적합한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한다. 날씨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날씨를 알아야 돈을 벌지

기상청은 최근 23개 기업(지자체 및 공공기관 14개, 기업 9개)에 날씨경영인증(W)마크를 부여했다. 김밥집에서 보험사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날씨경영인증을 받았다. 기상청은 날씨정보를 경영활동에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업에 심사를 거쳐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봉달이 김밥’의 김봉자(45) 사장은 기상청 단골손님이다. 올해 6월에 기상정보대상 은상을 수상한데 이어 이번에 날씨경영인증을 받았다. 김 사장은 기상방송과 기상청 홈페이지, 기상콜센터 등이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활용, 날씨에 따른 김밥 매출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보에 맞춰 김밥재료를 준비해 10% 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는 한편 우천으로 인한 단체주문 취소를 최소화해 인건비와 재료비 손실을 줄였다.

봉달이김밥은 중소 자영업자가 날씨경영을 활용해 매출 증대와 원가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자료 제공 : 봉달이김밥
제빵업체 파리바게뜨는 날씨경영 모범생이다. 2009년부터 날씨정보를 3100여개 가맹점에 제공해 왔으며 지난 6월에는 민간 예보업체와 손잡고 날씨와 제품별 판매량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날씨판매지수’를 개발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하면서 재고물량이 감소,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물량이 줄었다”며 “7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맹점의 91%가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해 매출에 도움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아웃도어의류 전문업체인 블랙야크는 올해 초 날씨에 따라 판매제품의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개발, 전국 300여개 점포에 공급해 상반기에만 300억 원이 넘는 매출 증대효과를 거뒀다.

블랙야크는 날씨변동에 따라 매장 디스플레이와 홍보전략을 변경하는 등 날씨경영을 도입, 올해 상반기에만 300억 원에 달하는 매출 증대효과를 거뒀다. (사진 블랙야크 제공)
날씨를 알면 재해도 막는다

날씨경영은 재해예방에도 한몫을 한다.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김기춘 사장은 매월 둘째주 화요일에 정책회의를 열고 기상전망을 보고 받는다. 이 회의에서는 게릴라성 호우에 대비한 침수관리, 강풍에 따른 열차운행 관리, 폭설에 대비한 제설대책 등이 논의된다.

이와 함께 서울도시철도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기상상황과 전망을 사내 전산망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 직원에게 공지한다. 휴일이나 연휴 때에도 기상예보와 함께 풍수해나 폭설 등 기상악화에 따른 비상발령 여부를 사전에 알려주는 ‘비상발령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공사의 한강수력본부는 날씨정보를 활용해 홍수예방과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라는 두 토끼를 잡았다. 한강수력본부는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댐에 유입되는 수량을 사전에 파악해 댐의 저수량을 조절하는 ‘발전 및 수계운영시스템(PAROS)’을 구축, 홍수 때는 미리 댐 수위를 낮추고 가뭄에는 저수량을 늘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날씨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날씨경영인증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날씨경영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날씨경영 컨설팅 지원, 날씨경영 교육프로그램 참여기회 부여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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