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해설가 데뷔 "입담도 4번감이네"

삼성 시절의 추억과 일본 생활의 에피소드 등 감칠맛 나는 내용으로 신나는 해설
  • 등록 2006-11-10 오후 12:00:00

    수정 2006-11-10 오후 12:00:00

[스포츠한국 제공] 야구 뿐만 아니라 입담도 9단이다.

지난해 제1회 코나미컵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지바 롯데 소속으로 삼성을 상대했던 이승엽(30ㆍ요미우리)이 이번엔 해설가(KBS)로 변신해 2년 연속 코나미컵에 ‘출전’했다.

해설가로서 ‘데뷔전’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되레 삼성 시절의 추억과 일본 생활의 에피소드 등 감칠맛 나는 내용으로 흥을 돋웠다. 지난 6월 축구 월드컵 당시 해설가로 변신해 주가를 높였던 차두리에 결코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승엽은 지난 3월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역전 투런홈런을 쳤을 때를 떠올리며 “도쿄돔(요미우리 홈구장)에서 계속 뛰게 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었다”는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한편, “2003년 일본 첫해 2군으로 내려간 게 니혼햄전을 마친 뒤였다. 태어나서 첫 2군행이었던 만큼 그 뒤로 니혼햄만 만나면 이를 갈게 되더라”는 니혼햄과의 ‘원한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지난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친 장면이 TV에 나오자 “저 때는 정말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했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때로는 “일본 선발 야기의 스피드가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공끝이 상당히 좋으니 조심하라”, “이나바의 홈런은 어깨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몸쪽 공을 쳤기 때문에 운도 따랐다”, “야기의 몸쪽 높은 공과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 두 개만 주의한다면 해볼 만하다” 등 일본 야구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지적도 잇달았다.

또 “김한수가 언더스로에 강해 구원 투수 다테야마를 상대로 해볼 만하다”, “마무리 마이클은 몸쪽 커브가 좋기 때문에 바깥쪽 공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 뒤엔 곧바로 김한수와 박정환이 안타로 출루하는 등 ‘족집게’ 능력도 뽐냈다.

이승엽의 해설가 데뷔에 대한 일본 현지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용철 해설위원과 김현태 아나운서 사이에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는 이승엽의 모습이 수 차례 TV 중계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이승엽은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소감과 함께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승엽은 경기 전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엔(240억원)의 초대형 빅딜을 맺은 것과 관련해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우를 해줘 나도 놀랐다”고 밝혔다. 요미우리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승엽과 포지션이 겹치는 ‘거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니혼햄) 영입을 추진 중인 것과 대해서도 “오가사와라가 오더라도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은 1루 주전 경쟁을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승엽은 오는 13일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왼 무릎에 대한 최종 진단을 받고 다음 주 한국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재활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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