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은행합병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

  • 등록 2000-09-28 오전 11:10:59

    수정 2000-09-28 오전 11:10:59

한빛 등 6개은행의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시한이 이번주말로 다가오고 10월중 우량은행 합병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면서 정부가 향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자회사에 어떤 방식으로 은행들을 묶을지와 2금융권 업체의 포함 여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감자 여부, 우량은행간 합병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에 어떤 은행 포함되나 = 이달말까지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은행중 조흥과 외환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2차 구조조정 청사진에서 변화요인이 있었다"면서 "공적자금 투입은행 중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일부 은행을 우량은행과 합병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수는 조흥과 외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BIS비율이 8%를 밑도는 은행 중 우량은행과 합병을 원하는 것이 있다"고 말해 우량은행+공적자금 투입은행 조합을 시사했다. 한빛과 평화, 광주, 제주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묶는 것이 유력시되지만 조흥과 외환은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묶는 방안외에 우량은행과 합병시키는 방안 등의 처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평화 광주 제주는 지주회사 방식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29일 확정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자회사로 포함되는 은행들을 합병 후 1개의 자회사로 만들고 지방은행은 지역본부 형태로 둘 지, 아니면 각 은행들을 따로 자회사로 둘 지 여부는 좀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3개 초대형 선도은행의 출현을 청사진에서 언급함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와, 우량은행들 또는 우량은행과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또 하나의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감자, 어디가 대상인가 = 정부의 생각은 일단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중 지방은행은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환은행과 추가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은 한빛은행. 외환은행의 경우 코메르쯔와 정부가 6000억원의 증자에 공동참여키로 했고 액면가로 증자에 참여하기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여 일단은 감자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코메르쯔가 외환위기 직후 한국을 믿고 자본참여를 한 유일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감자에 따른 국제투자자들의 신뢰하락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한빛은행에 대한 감자도 고심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가 스스로 책임을 물어 손실을 분담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감자없이 정부가 액면가로 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소액주주들이 불합리한 이익을 보게 되고 외환은행이 감자를 할 경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은행에 대한 감자여부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회계법인의 은행실사 결과가 경평위에 제출되는 다음달중순이후 감자여부가 진지하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 어떻게 되나 =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거론되는 것은 은행뿐만이 아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영화된 종금, 보험, 투신 등도 연내 설립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부실종금사의 경우 합병 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앞으로 1조5000억원 정도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대한생명도 국내외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대한투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비은행 금융권과의 연계성 확보가 중요한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어 정부가 2금융권 업체들을 어떤 방식으로 지주회사에 묶을지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우량은행 합병을 위한 인센티브는 = 우량은행간 합병을 위해서는 먼저 행장이 나서야 하며 현실적인 차원에서 경영권에 대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금감위의 생각이다. 우량은행 합병 후 회장제 도입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우량은행들이 합쳐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금융지주회사의 경영권과 은행 자회사의 경영권을 나누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청사진을 통해 금감위는 우량은행의 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자본확충과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회사 설립과 인허가 우대 등의 다각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IMF 연차총회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우량은행간 합병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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