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2001년 “완만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있다”며 경기침체를 인정한 지 23년 만에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2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일본 현지 물가도 상승하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요건이 갖춰지면서다.
일본 정부는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春鬪) 결과와 물가 전망 등을 지켜본 뒤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관계 각료가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하거나 경기 동향에 관한 공식 견해를 정리한 월례 경제보고에 명기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본은 1990년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그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그간 비정상적인 자산 가치 상승 현상과 과열된 경제 활동이 잦아들며 지난 30년간 사실상 엔진이 멈춘 상태였다. 말 그대로 거품이 빠지면서 물가 하락, 기업 실적 악화, 임금 상승 정체, 개인 소비 부진 등이 악순환이 지속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 이상의 물가 상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으로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뛰며 일본의 소비자 물가도 최근 크게 상승했다.
일본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대비 3.1% 올라 1982년 이후 4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에도 소비자물가가 2.0% 상승했다. 또 일본 경제 전체의 수요 부족도 거의 해소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물가 동향에 대해 “우상향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말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지금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일본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닛케이25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3만9000엔을 넘은 닛케이지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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