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호떡집에 불 난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의미한다. 바로 그 ‘불 난 호떡집’이 회사 내 위기관리센터 또는 워룸이다. 마구 대응 지시는 내려오는데, 무얼 먼저 하고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분분하다.
아까 지시한 사항을 실행했냐는 질문이 위에서 내려오면 실무자들은 식은땀만 흘린다. 지시한지 언제인데 아직도 실행하지 않았느냐 호통이 떨어진다. 이때부터 실무자들은 일단 위에서 지시받은 내용만 처리하자 생각하게 된다.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꼬이기 시작한다. 실무자들이 영혼 없는 실행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벌인다. 준비라는 것은 항상 상당 수준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투여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감정적 여유가 없을 뿐,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급하니 일단 되는대로 준비를 건너 뛰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진행되는 위기 대응은 대부분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해 실행해도 문제가 되는 위기관리인데, 준비 없이 실행되는 위기관리가 성공적일리 없다.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뭐든 바로 해보고, 시작하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수레를 말 앞에 묵고서는 달려 나갈 수 없는 법이다. 수레는 끌려고 있는 것이니, 말을 움직여 수레 앞으로 가게 해 다시 말을 묵어야 겨우 달려 나갈 수 있다.
어차피 이 말과 이 수레는 달려 나가기 틀렸다 생각하고 다른 말과 수레를 또 묵는데, 다시 수레가 말 앞에 있다. 난감하다. 그래도 어떻게 든 다시 해 보자 무조건 채찍을 휘두르니 이전과 같은 현상이 재발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된다.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힘 만 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컨설턴트들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준비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들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할 것을 조언하면, 마음 급한 실무자들은 한가한 소리를 한다 불평한다. 대부분 이런 실무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 하죠” “제가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죠. 그냥 해 주세요.” “빨리 하라면 하지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요?”
일단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준비되지 않은 급한 실행이 실행된다 치자. 그 후 이미 예상되었던 많은 비판과 추가 문제들이 불거진다. 그러면 다시 내부 분위기는 바뀐다. 누가 그렇게 성의 없이 실행을 하라 한 건가 하는 책임론이 대두된다.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아무 의미도 없다.
시간이 없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필요한 준비 노력에 집중하자.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준비에 최선을 다하자.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역량은 사전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사전에 자주 그리고 많은 부분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위기 시 긴 준비 시간은 필요 없게 된다.
급하다 해서 수레를 말 앞에 매고 밀고 당기고 하는 기업은, 사전 준비가 없었다는 증거다. 즉, 시간이 없다 기 보다 준비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기업은 수레와 말을 가지고 앞뒤 씨름을 하면서 더욱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결국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 대응을 다 실패로 몰아넣어 버린다. 그래서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수레와 말을 이리 저리 괴롭히는 불 난 호떡집이 생각난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