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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와 역전 폭이 0.50%포인트로 벌어졌다. 무려 11년 만의 최대 폭이다.
과거 금리 차가 1.50%포인트까지 났던 적이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자본 유출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금리 차가 커질 수록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내년까지 높게는 3.50%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최근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미 금리차 0.50%P…11년來 최대
미국 연준은 12~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상단이 2.00% 수준인 건 지난 2008년 9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와 비교해 0.50%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는 2007년 7월(미국 5.25%-한국 4.75%) 이후 10년11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과거 기준금리 역전 시기는 두 차례였다. 1999년 7월~2001년 3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이다. 가장 큰 폭 벌어졌던 때는 1차 역전기 때인 2000년 5월~2000년 10월 6개월간으로 1.50%포인트였다. 미국과 한국 각각 6.50%, 5.00%였다. 2차 역전기 때인 2006년 5월부터 4개월간 1.00%포인트 차이가 나기도 했다. 각각 5.25%, 4.25%였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산업생산 증가율, 물가 상승률 등 거시 지표도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평가다. 정책당국 인사들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금리만 보는 게 아니다”며 “성장률 같은 경제 전반의 흐름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당국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본 유출 우려는 아직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덕에 원화 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조건은 △금리 차이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 차이 등이 꼽힌다.
내년 美 금리 상단 3.50% 이를 수도
하지만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인상 사이클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준의 점도표상 내년 인상 전망은 3회이며, 일부 투자은행(IB)은 4회까지 점치는 곳도 있다. 내년 기준금리 상단이 3.50%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연준의 긴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상 최대 역전 폭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 차가 나더라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하락하면 가뜩이나 둔화 조짐을 보이는 수출 쪽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또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 일부 신흥국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새로운 리스크다. 아르헨티나, 터키에 이어 최근 브라질의 통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너도나도 위험통화를 투매하고 안전통화인 달러화를 매수하려 한다는 뜻이다. 국제금융시장의 공포 심리가 번지면 국내 금융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FOMC 직후 달러화 가치는 소폭 하락했지만, 추후 절상 압력이 열려있는 만큼 신흥국 불안은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 한 금융통화위원은 “6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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