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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인형뽑기방은 2428곳이다. 올 초(1446곳) 대비 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2월(21곳)과 비교하면 110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상기시켜준다는 점과 인형을 뽑는 행위로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입시경쟁, 취업경쟁에 지친 20~30대 젊은이들에게 인형뽑기방이 인기를 얻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지난 11일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는 “블로그 4억4천건, 트위터 74억건, 인스타그램 17만건을 분석한 결과 2014년 1만8천118건에 불과했던 인형뽑기 언급횟수가 지난해 기준 15만8천961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인형뽑기가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의 어린 시절을 주름 잡은 대표적인 놀이였던 점도 인기에 한 몫 했지만 인형을 뽑는데서 오는 성취감이 의외로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인기 몰이 중인 인형뽑기방이 ‘짝퉁’ 캐릭터 제품의 대표적 유통 창구뿐만 아니라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건 구입이나 인형뽑기 기계 이용 등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지다보니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싸라기 땅’인 홍대나 명동, 강남 등 대표적인 번화가에도 최근 인형뽑기방이 지역당 10여 곳에서 많게는 20여곳까지 들어섰다.
홍대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홍대 일대 상가를 임대하려면 33㎡(약 10평) 기준 월세는 200만~400만원, 보증금은 2억~3억원 정도는 내야 한다”며 “최근 복층 구조의 대형 인형뽑기방이 늘고 있는데 월세만 수천 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A씨 역시 “대형 인형뽑기방들은 기본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3500만~5000만원까지 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대 인근 인형뽑기방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5)씨는 “기계 한 대당 하루 최소 2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종업원한테 들었다. 총 15대니 하루 매출이 300만원, 한 달이면 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라며 “이런 비싼 지역에 인형뽑기방이 느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현금 거래의 허점을 이용한 탈세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창업 중개인 B씨는 “대부분의 업주들이 창업 이후 처음 1년간 ‘간이 과세자’로 등록해 운영한다”며 “연 매출액이 4800만원이 넘으면 ‘일반 과세자’로 전환해 등록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금 거래이다 보니 매출액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간이 과세’는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의 영세업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부가가치세 납부 및 신고를 간단히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일반 과세와 달리 세금계산서 발행 대신 사업자가 거래 내역을 기입한 간이영수증만 작성하면 된다.
관련 당국은 탈세 가능성 만으로는 현장 조사나 단속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보를 받거나 혐의를 발견하면 몰라도 탈세 가능성만으로 따로 감독을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인형뽑기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일선경찰서 관계자 역시 “인형뽑기방 특별 단속 활동을 실시 중이지만 비싼 경품을 넣어두는 등 ‘사행성 도박’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