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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연구 1세대로 불리는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주임교수는 지난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국내 산업 환경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가 분명히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2013년 발표한 ‘직업의 미래’라는 논문에 따르면 15년 이내 전체 직업 중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AI 발달에 따라 물론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만 사라진 직업보다 적을 것이며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은행 텔러(직원)가 사라질 대표적인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가 단 기간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그는 “AI 산업이 부각되면 기업에서 알아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인력 양성은 대학에서 하고 기업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정부도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게 법적 장치나 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사과정에 돌입한 1986년부터 올해까지 30년 넘게 AI분야 연구를 해오고 있는 그는 대학에서 뇌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뇌공학에 대해 “사람의 뇌가 활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도하는 것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며 “치매나 뇌질환 등 질병연구에도 응용되고 있고 나아가 뇌를 가진 생명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뒷받침하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산 등 제조업 위주로 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구글이나 IBM,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와 인간의 공존 해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로직(머리에서 생각하는 논리), 즉 컴퓨터적인 사고(알고리즘 설계 능력)를 지녀야 AI를 이해하고 소통이 쉬워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지능정보사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예측이나 공존법을 제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소프트웨어적인 대응을 한다면 AI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