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응답하라 1988’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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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모델하우스 앞에는 하루 5000명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복덕방 판촉 사원들도 대거 등장했다. 모델하우스 내부는 수요자들과 복덕방 업자들이 뒤엉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1986년 11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문을 연 ‘서초 삼풍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 내용이다.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2차(1140가구)를 시작으로 이듬해 한양아파트 1·2차(1232가구), 1979년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강남에 집 한채를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의 열기가 뜨겁던 시기였다.
삼풍아파트는 강남에 들어서는 마지막 대단지 아파트(2390가구)로 관심을 모았다. 법원 등 업무시설과 가까워 판·검사 등 법조인과 젊은 전문직들의 이목을 끌었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79㎡형이 3.3㎡당 125만 8000원, 전용 130~165㎡형은 3.3㎡당 133만원에 책정됐다.
청약 경쟁은 치열했다.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청약통장에 4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고, ‘물딱지’(가짜 입주권) 웃돈은 800만원에 육박했다. 지방 청약 시장의 침체에도 전용 79㎡형이 3대 1, 전용 130~165㎡ 4개 주택형이 5대 1의 경쟁률로 조기 마감됐다. 당첨자 발표 직후 분양권에 2000만원의 웃돈이 추가로 얹어졌다. 국체청과 반포세무서는 직원 220명을 투입해 단속에 나섰지만 달아오른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1988년 4월에 입주한 서초 삼풍 아파트 전경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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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9월 17일)을 다섯 달 앞두고 입주에 나선 삼풍아파트는 또 한번 요동쳤다. 3.3㎡당 125만~133만이던 매매가격은 600만~8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같은해 입주를 앞둔 양천구 목동7단지(2550가구)·문정동 올림픽훼밀리(4494가구)·방이동 올림픽선수촌(5540가구)·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960가구)도 값이 덩달아 뛰었다.
국세청은 그 해 6월 1일부로 층별 기준 시가를 정하고 아파트를 팔거나 증여할 때 세금을 매겼다. 기준시가보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 투기를 막고자 한 것이다. 입주 당시 주택형(전용면적)별 기준시가는 △165㎡이 2억 5000만원 △130㎡는 1억 8000만원 △79㎡은 7300만원이었다.
올 한해 부동산시장은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이 맞물리면서 1988년을 뛰어넘는 호황을 누렸다. 특히 올해 4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급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초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150만원으로 지난해(2154만원)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1986년 분양가 대비로는 32배를 웃도는 수치다.
무엇보다 중소형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삼풍아파트 전용 79㎡형 매매가는 분양 때부터 지금까지 25배 오른 반면 전용 130㎡가 23배, 전용 165㎡는 20배 상승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980년대 분양시장은 중대형 아파트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면서도 “최근 들어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임대와 실거주 목적을 동시에 누리는 중소형으로 대세 주택형이 이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