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직장인 전주현(36)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거래 업체로부터 자택 주소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조그맣게 명절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전씨는 극구 거절했지만 상대방이 워낙 끈질기게 물어와 어쩔 수 없이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는 2만원이 넘으면 돌려보내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설 명절 선물이 너무 비싸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싼 것을 선물하면 되레 머쓱해질 수 있다.
올해 설 명절 선물비용은 17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설 선물지출 비용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으나, 중소기업은 비용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장터 옥션이 회원 1237명을 대상으로 ‘설 지출 계획’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 선물에 평균 17만원을 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1만원보다 4만원 줄어든 금액이다.
금액대별로는 10만원 미만의 선물을 계획하는 이들이 절반 가량인 47%를 차지했다.
백화점 설 선물세트 판매 추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실속형 세트가 많이 팔린 것.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9% 증가했다.
매출 증가는 실속형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육세트는 18만~25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45%에서 올해 60%로 높아졌다. 청과세트도 평균 구매 단가가 지난해 9만5000원에서 올해엔 8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주류 중에서도 5만원 이하의 실속 와인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건강 상품군 역시 2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보다 10만~15만원대 실속 상품이 인기가 높았다.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11.3% 증가했다. 법인 고객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주문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선물 단가는 20~30% 하락했다. 지난해엔 20만원 수준의 선물세트를 주문했으나, 올해엔 10만원 미만의 통조림(24.3%), 조미료(51.3%), 견과류(56.7%) 등의 주문이 많았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지출부담이 큰 중소기업들이 설 선물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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