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진짜 한류는 교육입니다”

‘교육 한류’ 꿈 꾸는 아이디어 뱅크
취임 2주년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등록 2012-05-14 오전 9:20:47

    수정 2012-05-14 오후 1:51:1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4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 정부 과천청사.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관이 바로 중앙공무원교육원이다. 교육기관답게 청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양새가 꼭 제자를 굽어보는 스승 같다. 지난 2년 동안 외관은 그대로지만 소프트웨어는 환골탈태했다. 13일 취임 2주년은 맞은 윤은기 원장을 만나 중앙공무원교육원의 변신 스토리를 들어봤다.

아이디어 달인 교실, 나현공, 자율최면교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이 지난 2010년 취임한 이후 내놓은 히트작이다. 달인 교실은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고 힌트를 얻었단다. 공무원이 행정의 달인이 될 수 있도록 달인 정신, 달인이 되는 과정에 대해 토론한다.

‘나현공’은 ‘나는 대한민국의 현장 공무원이다’의 줄임말. 요즘 예능 대세인 ‘나가수’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동안 5급 이상 공무원들의 전유물이었던 중앙공무원교육을 실제 대국민 서비스의 접점인 7~9급 공무원에게 개방한 게 나현공의 포인트. 고객서비스 교육은 물론이고 현장 공무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수업은 자율최면교실이다. 공무원도 인간인지라 감정에 과잉 노출될 때가 있는데 나랏일을 하는 만큼 감정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수업을 만들었다.

이런 히트작들은 윤 원장이 취임 2년 동안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동안 공무원 교육은 지겹고, 졸리고, 재미없는 강의의 대명사로 쓰였다. 강사들이 오죽했으면 중앙공무원교육원을 ‘강사들의 무덤’이라고 했을까.   인본주의 윤 원장은 이것부터 바꿨다. ‘교육은 축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교육은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이다. 프로그램을 참석자 위주로 짜는 것은 기본. 입교식 때 성악가를 초청해 노래를 듣고, 교육 중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어 쉬는 시간 대시 보드에 붙여 둬 이곳에 있다는 자부심과 자잘한 재미를 선물했다. 서로 강의를 듣겠다고 손들고 강사들은 무덤이 낙원이 되는 개벽천지를 맛봤다.

이 같은 혁신엔 교육 인본주의가 깔려 있다. 공무원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공무원이 행복해야 국민도 행복하다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교육과정에 유난히 심리학 과목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윤 원장은 7~9급 공무원들의 변화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스스로 하위직 공무원 혹은 말단 공무원으로 표현하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이들은 관행적으로 권한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 그들이 바뀌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윤 원장은 “당신들이 정부의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긍심을 느끼며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흐뭇하다”고 말했다.

배짱 행정고시에 합격한 신임 사무관들에게 대기업 시찰 대신 전국 116개 중소기업에서 일주일 동안 근무체험을 시키거나, 병영체험을 도입하는 등의 변화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거냐, 그냥 기존 커리큘럼대로 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책임은 내가 진다”며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만족. 더 단단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고를 갖춘 새내기 사무관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1년 과정의 교육에 민간인 최고경영자(CEO)를 참여시키는 것도 실험에 가까웠다.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변화를 추구한 민·관 합동 CEO 과정은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최고 인기 콘텐츠가 됐다.   윤 원장은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차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강단에 세웠다. 실·국장 이상 고위 공무원에게 현 정부의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강사는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변화를 추구하라고 교육원 설립 61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을 원장으로 앉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교육이 운명을 바꾸듯 공무원 교육이 바뀌면 국가의 운명이 바뀝니다.”   “대한민국은 국제 원조를 받다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젠 우리나라의 발전 노하우를 개발도상국들에 교육을 통해 전파해야 합니다. 한류 중 진짜 한류는 교육 한류입니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의 올해 목표는 교육 한류다.   지금도 정부의 지식공유사업(KSP) 사업을 통해 개도국 공무원을 초청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더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해 운명을 바꾼 나라입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우리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으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습니다.”   전 세계 공무원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하는 것이 그가 그리는 그림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Crotonville) 연수원이나 모토로라 유니버시티보다 한국의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더 먼저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원은 2015년 충청북도 진천으로 이사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법무연수원 등도 함께 이전할 예정이어서 교육 클러스터에 기대가 높다. 이젠 교육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더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어진 만큼 강사 확보도 숙제다. 두둑한 배짱만큼 자신에 찬 윤 원장은 다시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중장기 발전에 한 톨 씨앗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필드 위 여신
  • GD시선강탈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