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엘리트들에게 월가는 선망의 대상이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일반 직장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낀다. 이에 월가는 세계 부자들의 총집합소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말도 점차 옛말이 돼 가는 듯하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월가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슈퍼 부자`가 되는 길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황 악화는 물론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보너스 삭감 요구 등이 늘면서 돈벌이가 예전보다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이 선정한 세계 10대 부자 순위 안에 월가 금융인의 이름은 없다.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은 통신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재벌이며, 2위인 빌 게이츠의 경우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다. 그 밖의 인물들도 대부분 IT나 유통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이나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CEO의 경우 한 해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월가 유명 인사지만 슈퍼 부자는 아니다. 말하자면 이들은 세계 부자 상위 0.01%보다는 1%에 가깝다.
물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운영해 거부가 된 인물들은 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나 존 폴슨은 개인 재산이 100억~2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엄밀히 말해 월가 금융업계 종사자라고 칭할 순 없다.
앞으로 월가에서 슈퍼 부자가 나올 가능성은 더 희박해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열되면서 감독당국은 월가의 보수 옥죄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이를 차치하더라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등으로 당장 회사 실적이 나빠져 보수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골드만삭스나 모간스탠리 등 한때 잘 나갔던 월가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감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