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폭행 당하는 취재진이 기자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곤봉과 방패로 내리쳤으며, 땅바닥에 쓰러진 기자들을 발로 찼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을 비롯,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KBS MBC SBS 기자 등 취재·카메라기자 10명이다. 이 중 오마이뉴스 기자는 코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처럼 경찰이 시위 현장을 취재중인 기자들을 무더기로 폭행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이번 경찰의 폭력은 기자들이 신분을 밝힌 이후에도 계속돼 고의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이례적인 취재진 집단 폭행
경찰은 이날 오후 6시50분쯤부터 광화문우체국 앞 차도를 점거한 시위대 2000여명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맞붙자,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경들은 시위대는 물론,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에게도 방패를 휘둘렀다.
전경들이 카메라 기자를 향해 방패를 찍어 내리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과정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최 모 기자는 경찰 방패에 얼굴을 찍혀 콧잔등이 찢어졌고, 병원서 다섯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한겨레 신문 최모 기자는 "쫓겨가는 시위대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경찰이 뒤에서 곤봉으로 뒤통수를 때렸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사진기자는 경찰 방패에 카메라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 있던 SBS 기자는 “취재장비를 보여주며 기자임을 밝혔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를 휘둘렀다”고 했다.
오후 7시20분쯤 경찰은 종로 보신각 앞 차도의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붙였다. 이때 20대 여성 2명이 경찰에 밀려 쓰러진 뒤 항의하는 장면을 취재하던 조선일보 이인묵 기자의 머리를 향해 경찰이 2차례 곤봉을 휘둘렀고, 이 기자는 팔로 곤봉을 막았으나 손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기자는 “곤봉이 손목 시계줄에 맞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 이재준 기자도 진압 경찰에 밀려 넘어진 뒤 경찰에 의해 밟혔으며 이 과정에서 소지중이던 노트북 컴퓨터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또 여러 기자들이 방패에 등이나 배를 찍히고 곤봉으로 맞거나 발로 밟혔다.
◆ 이례적인 무더기 폭행
그간 폭력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예는 거의 없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는 첩보에 따라 오후 7시를 전후해 강제해산 작전을 시작했고, 기자 폭행은 대부분 이때 벌어졌다.
◆ 기자협회, 공개사과 촉구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1일 경찰이 한미FTA반대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을 폭행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기자들이 신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경찰의 총수인 이택순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해당 기자·언론사와 국민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진압대원 안전수칙과 인권교육 강화와 진압작전시 기자와의 완충지대 설정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현재 진압상황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중이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관련자 문책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