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도 변화가 느껴지는 선수는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2002년 포르투갈전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슛을 날릴 때만 하더라도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소년’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강인한 남성’의 풍모를 풍긴다.
박지성은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을 위해 영국으로 가기 직전 스폰서사인 나이키를 통해 유명 스타일리스트로부터 특강을 받으면서 패션에 ‘눈을 떴다’. 맨유 입단 초기 장난꾸러기 같아 보이는 베이비 파마와 바람머리를 시도했다가 최근 내추럴한 ‘바가지 머리’로 바꿔 거친 느낌을 더했다.
‘그라운드의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안정환은 이번에도 남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2002년 볼륨감 있는 파마 머리는 그대로 고수했지만 콧수염을 길러 야성미를 더했다.
‘콧수염파’에는 이천수도 있다. 지난 월드컵 때 노란 염색머리로 악동 인상을 남겼던 이천수는 콧수염을 길러 성숙함을 강조했다. 머리도 거의 회색에 가깝게 탈색했다.
스타들의 이미지 변화는 결코 개인의 기호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에이전트와 스폰서가 펼치는 고도의 스포츠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박지성의 에이전트인 FS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공식 행사 때는 반드시 스폰서사인 나이키와 함께 그날의 콘셉트를 협의하고 스타일을 연출한다”고 했다. 박지성의 ‘개인 이미지 관리(PI·Personal identity)’를 담당했던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여준영 사장은 “스포츠 스타가 운동을 잘하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그들이 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단순한 멋내기 차원이 아니라 프로로서의 사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