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신혜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국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업그레이드했다.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표현을 고수해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지만 디플레 우려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이같은 성명서 내용 변화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FRB가 결국 통화정책 변경 분위기 만들기에 나섰다고 풀이했지만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여전히 "상당 기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점에 동의했다.
◆ 새로운 표현 등장..디플레는 끝(?)
이번 FOMC 성명서에는 `생산이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output is expanding briskly)`, `노동시장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the labor market appears to be improving modestly)`는 등의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생산의 경우 지난 11월만 하더라도 `brisk`가 아닌 `firming`이란 표현이 사용됐었다.
노동 시장에 대한 평가도 8월, 9월, 10월, 12월 조금씩 달라졌다. 8월 성명서에는 `노동지표가 혼란스럽다(mixed)`라고 했고, 9월에는 `약하다(weaken)`, 10월에는 `안정화되고 있다(stabilizing)`고 했다. 이번에는 `improving modestly`라고 표현, 노동 시장에 대한 평가도 완만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장의 주목을 끈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의 하락` 즉,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거의 같아졌다는 표현. FOMC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하락의 가능성이 최근 몇개월동안 감소했으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과 거의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The probability of an unwelcome fall in inflation has diminished in recent months and now appears almost equal to that of a rise in inflation.)
FOMC의 미국 경제에 대한 분석이 이처럼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결국 연방은행이 금리인상 분위기 다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드레스드너클라인워트의 케빈 로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OMC가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변경했다"며 "미묘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면 FOMC가 정책 수정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그래도 당분간 금리인상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FOMC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단 FOMC가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를 그대로 둔 점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핵심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정체돼 있고,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인플레는 아직 먼 이야기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상당 기간`이 제외될 경우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FOMC가 이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디플레 가능성 감소`란 문구를 사용해 정책 변화 가능성을 비쳤다는 해석도 있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밸런스를 이루었을 뿐 금리정책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단 해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성명서 내용이 FRB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2005년 1월까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FOMC회의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의 금리전망은 회의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로이터가 19명의 채권 딜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명은 내년 중반전까지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고 8명은 2005년까지도 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어스턴스는 오히려 금리인상 시기 전망을 내년 3월에서 5월로 늦춰 잡았다.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 삭제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리먼브러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중반에나 이 표현이 성명서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 반면 도이체방크, UBS, HSBC 등 많은 금융기관들은 내년 1월 회의에서 `상당 기간` 표현이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