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개인 데이터가 디바이스를 떠나지 않고도 인공지능(AI) 기능을 학습시키는 접근방식은 오직 애플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자체 AI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DC)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
|
‘애플 인텔리전스’는 AI 관련 빅테크 간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AI서비스다.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여러 앱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개인 정보를 스캔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안하고, 특정 가족 사진을 알아서 찾아주는 식이다. 오픈AI의 ‘GPT-4o’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보여준 ‘AI비서’와 유사한 방식이다. 애플인텔리전스는 음성비서인 ‘시리’와 연동해 실행되기도 한다.
다만 애플은 특히 이런 AI 기능이 기본적으로 온디바이스 형태로 제공되거나 정보 유출이 없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처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처리는 클라우드의 서버로 전송되는 대신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이뤄지고, 대규모 AI모델을 실행할 경우엔 자체 서버에서 실행하되 비공개로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서버에는 특정 작업과 관련한 데이터만 전송되고, 이 데이터는 AI를 학습하는 데 추가로 활용되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애플이 이 같은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운 것은 최근 오픈AI와 구글 등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챗GPT가 온라인에 있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활용해 돈을 벌고 있는 오픈AI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애플이 오픈AI의 챗GPT를 애플 운영체제(OS)에 통합하기로 한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은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통해 오픈 AI의 챗GPT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올 하반기부터 애플 기기에 GPT-4o가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 사용자는 계정을 생성하지 않고도 챗GPT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챗GPT 구독자는 계정을 연결해 애플 기기에서 챗GPT 유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복잡한 AI기능은 챗GPT를 통해 구동하겠다는 게 애플의 전략인 것이다.
이를 두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서 “만약 애플이 OS 수준에서 오픈AI와 통합을 한다면, 나의 회사에서 애플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방문객들은 회사 문 앞에서 애플기기를 확인해야하고,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방 한 개 크 ‘패러데이 상자’에 보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애플이 자체 AI를 만들 만큼 똑똑하지 않지만 오픈AI가 당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애플이 오픈AI에 데이터를 넘기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들은 당신을 강물 아래로 팔아넘기고 있다(Selling down the river)”고 꼬집었다. ‘강물 아래로 판다’는 표현은 과거 미국 내 노예무역에서 나온 표현으로 심각한 배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