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결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은 아프간 사태를 두고 협력을 약속하며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안보 관련 실무자간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과거보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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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아프간에 경제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라면서 “새 정권이 정부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해 생활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미중 양국은 최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모양새다. 지난주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첫 고위급 국방 담당자 간 회의가 열렸다. 마이클 체이스 중국 국방부 차관보는 황쉐핑 중국 인민해방군 국제군사협력실 부국장은 화상회의를 열고, 양국 국방 담당자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으로선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를 한 뒤 외교·안보 역량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한단 방침이었지만,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의 테러로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아프간의 안정을 위해선 아프간 인접국인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중국 또한 미국과의 대화가 대결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은 미중간 협력을 위해선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압박 정책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해치려 한다면 중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어떻게 소통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아프간 사태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꺼내들며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대화에서 “미국의 성급한 철수는 테러리스트 단체의 공격을 야기할 수 있다”라면서 “미국은 아프간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이중잣대를 들이 대거나 선택적으로 테러리즘과 싸우기보다 아프간이 테러리즘과 싸우고 폭력을 중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