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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조되고 있는 무역전쟁 여파로 안전자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추가로 상승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한 양상이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나 기관투자가 시장 참여 확대 등이 가시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3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1% 정도 상승한 86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0.2% 오르며 7570달러에 묶여 있다. 이더리움도 1.6% 가까이 떨어지며 47만원대로 물러섰고 리플과 비트코인 캐시, 에이다 등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이 부진을 보이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일부 암호화폐 상승요인으로 부각되곤 있지만 그 영향이 크진 않다. 특히 아직은 추가 상승을 이끌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다.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인 크레센트크립토 공동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알리 하산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향후 18개월 내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ETF가 나오게 되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미국 CNBC에 따르면 UBS 조니 테베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이나 주류 자산 클래스로 인정받기에는 아직까지 너무 불안정하고 제한적”이라며 “특히 가격 안정성이 떨어짐으로 인해서 화폐로 간주되기 위해 충족시켜야하는 기준들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나타났던 극적인 가격 등락과 일부 기술적인 한계 등이 비트코인이 넘어야할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치인 2만달러 근방까지 올라갔다가 올들어 60% 이상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후 반등하며 현재 7500달러에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낙폭은 50%에 이른다.
테베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전체 변동성의 70% 가까이가 모멘텀에 따라 투기적인 투자자들이 사고 파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이같은 대규모 투기행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이후 비트코인은 연평균 21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16%, 1.6%인 주식과 투자적격등급 채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테베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리스크를 조정하고 보면 비트코인의 실제 수익률은 주식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비트코인이 과거에 보여줬던 수익률을 앞으로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비트코인이 가진 기술적 한계로, 거래의 처리속도와 용량과 같은 소위 확장성(scalability·사용자수 증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도)을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개발자들이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는 실제 일상에서 사용되는 기기들을 통해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