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터 이모’는 워킹맘들에게 애증의 관계다. 내 아이를 자식처럼 돌봐주는 이모님은 삶의 버팀목이다. 반면 ‘나쁜’ 베이비시터는 아이는 물론 엄마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직장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대부분 가정이 직업소개소 등 민간 알선업체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소개받는다. 문제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는데다 도시지역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부적격 베이비시터로 인해 말썽이 벌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정부가 최근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도 업체가 직접 고용해 4대 보험을 적용하고 관리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기는 했으나 사적 계약도 허용하기로 해 여전히 관리에 사각지대가 남아 있는 상태다. △신원조회 의무화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명시한 가이드라인 제정 △교육과정 이수 의무부과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과자도 불법체류자도 가능한 베이비시터
반면 사설 업체가 알선하는 민간 베이비시터는 직업소개소의 파견 가사 근로 인력으로 간주돼 직업안정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직업안정법은 베이비시터의 자격 요건이나 교육 의무와 관련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법안이 직업 안정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 관리주체도 고용노동부다.
민간 베이비시터와 관련한 통계 등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부실하다. 민간 베이비시터와 관련한 연구 조사는 한국여성정책원이 2013년 실시한 ‘민간 베이비시터 운영 실태 및 관리 개선 방안 연구’가 전부다. 이마저도 베이비시터 시장 규모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없다.
베이비시터를 알선하는 사설 업체 990여곳 중 설문조사에 응답한 12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시 조사에서 초보 베이비시터에 대한 신규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곳이 47개(38.1%)나 됐다. 교육을 실시한다고 응답한 업체 76곳(61.9%)도 전문업체 위탁 없이 자체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86.8%(66곳)였다. 이마저 교육 이수 시간이 총 5시간 미만인 경우가 40%(30곳)다.
아이돌보미가 80시간의 교육과 현장 실습 10시간을 의무로 이수하고, 베이비시터로 고용된 이후에도 매년 16시간 보수(補修)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이비시터 자격 요건 강화” 권익위 권고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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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관계자는 “베이비시터 알선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업체들의 존폐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 지에 대한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국회에서도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업체 규제가 가져올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제도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 대표 명의로 발의된 ‘아이돌봄 지원법 일부 개정안’도 현재 상임위에 계류된 채 제자리걸음이다. 베이비시터 소개 업체 사업 등록 의무화 등 관리 강화가 이 법안의 골자다.
송희경 의원은 “영세업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변화를 모색하다 보니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들을 관리할 주무부처 지정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법안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베이비시터의 자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돌보미와 베이비시터가 동일한 자격 수준을 갖출 수 있게 법이 정비돼 이들의 자격 관리를 위한 전담 기관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효과적인 베이비시터 관리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선 부모 외 업계 측 목소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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