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6]“AI, 인간 영역 넘어서지 못할 것”

김문상 KIST 박사, 로봇개발 윤리적 문제 강조
제4차 산업혁명 핵심 ‘AI·빅데이터·서비스’
  • 등록 2016-06-08 오전 8:31:08

    수정 2016-06-08 오전 8:31:08

△김문상 KIST 박사는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태진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편리해지는 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몰라 막연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이며 그렇게 되기까지는 100년은 더 걸릴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화랑로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김문상 책임연구원(박사)은 AI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측과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 박사는 “AI는 지식산업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며 “변호사와 증권거래사, 변리사 등의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이 경우 인간의 할 일은 무엇인가가 우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특히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야에 대해서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박사는 내다봤다. 지난 3월 바둑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예로 들 수 있다. 김 박사는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한 영역에서 워낙 강하다. 예컨대 암 진단, 증권 거래 등에서 특히 강점을 보일 것이다. 다만 AI가 인간을 대체할 영역이 클 것인지와 인간을 전부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이며 부의 편중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중 AI가 발달해도 직업 대체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으로 꼽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는 IT가 발달돼 있어 AI기술 발전 가능성이 높다. 첨단 기술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만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사례가 국내에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AI와 인류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김 박사 설명이다. 그는 “AI와 인간이 서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 AI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의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AI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이며 현재 인간은 AI에 대한 속성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AI가 인간의 학습능력을 추월할 날이 멀었다는 의견과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50년 내 AI가 인간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일부 학자는 영원히 뛰어 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박사는 후자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AI를 바탕으로 한 로봇산업이 발전해도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는 “머지 않아 섹스로봇이 분명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며 살상로봇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AI와 로봇이 만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반면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만약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날이 올지라도 살상, 섹스 부분에 있어서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인간의 뇌와 컴퓨터 칩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실험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지만 이렇게 된다면 새로운 인종을 만드는 것과 같아 섣불리 개발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바이오적인 측면에선 인간복제가 현재 기술로 가능하지만 윤리적 문제 때문에 복제 인간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김 박사는 국내 로봇시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뒤처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중국이 소프트웨어 쪽에선 미국이 앞서 있다. ‘2강’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두 분야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 로봇개발 기업들이 본 받을만한 모델로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지능형 로봇 ‘페퍼’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신티아 브리아질 교수와 연구진이 개발한 가정용 로봇 ‘지보(JIBO)’를 꼽았다. 김 박사는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만들어 상용화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백 대를 팔려는 게 아니라 수백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해 사용료를 더 내는 대신 구입 초기부담을 낮춘게 상용화에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본력이 있어야 하고 업계 생태계를 쥐려고 하는 목표가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보는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펀드를 조성해 싸게 공급하는 로봇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본받을 만한 개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박사는 로봇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거나 업계 생태계를 쥐고 있는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키워드로 △AI △빅데이터 △서비스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들이 계속 쌓이는데 이 같은 빅데이터를 AI와 연계해 어떻게 활용하고 서비스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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