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건강 위협하는 'TV 속 못된 발성'

과도하게 크고, 낮고, 높은 발성, 성대 건강 위협할 수 있어
잘못된 발성습관, 근긴장성발성장애, 성대결절 등 음성질환의 원인
  • 등록 2014-05-19 오전 9:03:42

    수정 2014-05-19 오전 9:03:4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요즘 한 개그 프로그램의 ‘앙 대요~!’ 라는 유행어가 인기다. ‘안 돼요’를 코믹하게 표현한 이 유행어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허스키한 목소리와 콧소리를 섞어 앙칼지게 외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나 이러한 발성은 재미는 주지만 성대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그 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 홈쇼핑, 스포츠 중계 등에서도 성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못된 발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중계에서는 장시간 큰 소리를 내고, 홈쇼핑에서는 과도하게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낸다. 또한 사극 드라마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톤으로 허스키한 소리를 내거나 헛기침을 많이 한다. 이러한 TV 속 나쁜 발성을 무심코 따라 하다 습관화되면 성대결절이나 연축성발성장애, 근긴장성발성장애 등의 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대부분의 음성질환이 잘못된 발성습관이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도하게 꾸며진 잘못된 발성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것은 성대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도하게 높고 낮은 발성습관, 음성질환 유발!

TV 속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못된 발성은 ‘목을 쥐어 짜는 듯한 발성’, ‘악 쓰는 발성’, ‘과하게 높은 톤의 발성’ 세 가지다.

△‘앙 대요!’, ‘전~하!’,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개그 코너, 사극 발성

요즘 최고의 유행어인 ’앙 대요~!‘를 외칠 때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상태에서 허스키한 소리와 콧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발성습관은 성대를 과도한 긴장상태로 만들 수 있다. 헛기침을 자주하고, 낮은 톤으로 거친 소리를 내는 사극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잦은 헛기침은 성대에 충격을 주고, 낮고 거친 소리를 일부러 내는 것 역시 성대를 긴장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성대가 장기간 긴장상태를 유지하면 성대근육을 조절하는 기능에 장애가 생겨 목소리를 낼 때마다 성대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떨리는 근긴장성발성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근긴장성발성장애가 생기면 목소리를 낼 때 공기가 새거나 비정상적으로 끊기는 소리가 나타난다.

△‘골이에요~ 골!’, 악 쓰고 소리 지르는 스포츠 중계 발성

올해는 유난히도 스포츠 경기가 풍성하다. 프로야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월드컵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으며, 아시안게임도 대기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스포츠 경기의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있어 TV 중계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특히 홈런을 날리고, 골이 터지고, 금메달을 딸 때마다 외치는 캐스터의 격앙된 목소리는 그 순간을 더욱 짜릿하게 만든다.

그러나 장시간 과도한 발성으로 악을 쓰는 습관은 성대에 무리를 가해 성대 점막이 점점 두꺼워지고, 출혈과 염증이 생기는 성대결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순간적으로 큰 소리를 내거나 고함을 치는 경우, 평소 말하는 dB 보다 최대 3배치 이상 커지면서 성대의 충격을 가해 성대에 물혹이 생기는 성대폴립이 발생할 수도 있다.

△ ‘매진 임박입니다, 고객님!’, 과도하게 높은 솔 톤의 홈쇼핑 발성

홈쇼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쇼 호스트의 목소리도 성대 건강에는 좋지 않다. 쇼 호스트들은 이른바 ’솔‘ 톤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 목소리의 기본 주파수인 200~250Hz에 비해 높다. 이처럼 자신의 음역대에 비해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내는 습관은 성대에 무리를 줄 수 있고, 특히 기존에 감춰져 있던 연축성발성장애가 증폭될 수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후두 근육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 성대 진동이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려 연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고, 특정 발음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나 이물감이 느껴져 불편을 겪기도 한다.

◇습관으로 굳어진 못된 발성, 음성언어치료로 개선할 수 있어

이처럼 잘못된 발성습관은 다양한 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TV 속 못된 발성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것은 자칫 잘못할 경우,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는 만큼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이미 TV 속 못된 발성처럼 나쁜 발성습관을 가졌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목소리 건강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목소리는 성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평소 목소리 관리를 통해 음성질환을 예방하고 성대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2주 이상 목소리 변화가 계속되거나 목 통증, 이물감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안 원장은 “잘못된 발성습관으로 생긴 음성질환은 간단한 보톡스 치료나 주 1~3회씩 최소 3개월 정도 음성언어치료를 통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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