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고용보고서 등으로 미 경제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1990년대 초 시작된 `부동산 붐`이 종말을 고할 것이란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경착륙할 가능성도 있어, 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집값이 하락하고 건설활동이 위축되는 등 미 주택경기의 상승세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연착륙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경착륙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주택경기 `빨간불`..경착륙 우려
WSJ는 현 주택경기 붐이 과거 호황기 때와 명백히 다르다고 지적하고, 연착륙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 호황이 소비자들과 건설사, 금융사들의 기대심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현 부동산 호황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규모로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주택값은 붐이 시작된 1991년의 두 배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주택 판매율은 최근 급속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여전히 20년 평균보다 높은 40%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 주택시장 둔화가 예상보다 더 거세지고 있다는 위험신호를 보낸다. 6월 단독주택판매는 690만대(연 환산치)로 전년비 8.7% 급감, 1995년 4월이후 가장 높은 전년비 감소율을 기록했다. 개인과 기업들의 고정자산 투자는 2분기에 6.3%(연율) 감소해, 지난 2분기 20% 증가세와 판이하게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자넷 옐런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를 가르켜 "예상보다 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주택경기 경착륙)가 전개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제 주택가격 하락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소유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보유자산이 줄었다고 느끼고 지출을 꺼리는 `역의 부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모기지를 통한 자금조달은 주택경기 둔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더 확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잔 햇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값 하락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줄 것"이라며 "2007년 GDP에 -0.75%p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건설활동 위축도 미 경제에 위험요인. 2분기 주택경기 하락에도 불구, 건설투자가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년 최고 수준인 6.1%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추정대로 이 비중이 향후 2년간 장기평균인 4.6%로 유지된다면, GDP 성장률이 0.75%p 하락할 수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이 1970년대와 같은 급락세를 보일 경우 신규 주택판매가 50% 급감할 수도 있다"며 "이로인해 향후 2년간 GDP에 1.5%p의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WSJ는 소비자들의 주택담보 대출금이 주택가치를 웃도는 상황이 가장 우려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보물 가치 하락으로 은행과 투자자들이 모든 형태의 대출을 꺼릴 경우 미 경제 성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건설 활동 및 소비지출이 극도로 위축돼 2007년 GDP에 2%p 이상 타격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