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공동락기자] 일본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1년간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절상을 막아온 일본 정부가 한 발 물러설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1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 신문은 일본은행(BOJ)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3월말 회계연도 마감이라는 구체적 시한과 BOJ가 환율보다는 물가나 금리 같은 다른 목표로 정책의 방향성을 이동할 것이라는 자세한 `시나리오`가 제시되면서 외환시장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강력한 시장개입을 단행한 이후 느끼는 피로감 쪽에 무게를 뒀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월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 규모를 감안하면 개입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럽다는 것.
그러나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상의 "무한정 개입할 순 없다"는 발언이 이어지며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 신호가 보다 뚜렷해졌다.
16일 오후 의회에 출석한 다니가키 재무상은 정부가 "무한정 엔을 매도할 계획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물론 "엔화 매도는 환율 급변동과 투기적 수요를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며 "시장 개입이 외환시장의 특정한 방향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같은 통상적인 문구에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튿날 다니가키 재무상은 "필요할 경우 환시 개입을 단행하겠지만, 습관적으로 무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전날의 발언이 결코 말실수나 과장된 내용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ABN암로의 아지즈 맥마혼 전략가는 "다니가키의 발언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확신을 반영한 것이거나 환시 개입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해석은 곧바로 엔 강세로 이어졌다.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3주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뉴욕장에선 한 때 108엔선을 밑돌았다.
일본 정부의 진의 파악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부에선 최근 수개월간 환시의 방향성을 주도했던 일본이 갑작스럽게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캐스트이코노믹컨설턴시의 폴 베드나르지크 통화전략가는 "BOJ의 개입이 없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유도할 수 있다"며 "매일 잔소리를 하던 부인이 갑자기 아무말도 없을 경우 불안한 침묵이 얼마나 계속될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