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오는 하반기 공공투자에 5조원을 더 보강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쪼그라든 건설업 업황이 자리한다. 건설기성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관련 취업자 수가 역대 최대 폭으로 줄어드는 등 장기화된 내수 부진의 여파가 건설 경기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후방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큰 업종의 특성상 올해 남은 기간 경제성장률 관리에 변수가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
1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건설업의 투자·고용 둔화는 향후 내수 회복을 제약할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지난 7월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 5.3% 줄었는데, 특히 주거용을 중심으로 수주 부진이 누적된 탓에 건축부문(-7.5%)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건설투자 선행지표가 앞으로의 부진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건설수주의 극심한 부진이 완화되고는 있으나, 계절조정 기준으로 14조 4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월평균(14조 6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며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지표 역시 비슷한 전개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8만 4000명 줄어 4개월째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를 10차 산업분류로 변경한 이후 역대 최대 폭 감소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서 하반기 건설업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214만 6000명·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보다 5만 8900명(-2.7%) 줄어들 거라고 예상됐다. 역대 최대 수준 하락 폭을 보였던 2020년 상반기(-1.7%)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4~6월) 수출은 전분기 대비 1.2% 성장했으나 내수 부문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잠정치)은 0.2% 역성장했다. 이중 건설투자는 1.7% 줄어 설비투자(-1.2%)와 민간소비( -0.2%)를 통틀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당분간 업황이 좋아지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건설업은 3분기 GDP도 위협하는 변수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분기에도 수출 회복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극화가 나타나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금리 인하가 4분기에나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 공백기 동안 경제 심리 안정을 위한 ‘브릿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제공) |
|
정부는 하반기 공공투자를 확대해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발표된 추석 민생안정대책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내년 계획된 공공투자 사업을 앞당겨 올해 집행하도록 유도하는 당겨집행은 당초 계획보다 3700억원 늘린다. 여기에 불용 최소화(2500억원), 발주·용역 계획 확대(8700억원) 등을 통해 하반기 총 1조 5000억원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신축 매입임대 주택 공급 목표치인 5만 7000호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 3조 5000억원 수준의 추가 재정을 집행한다. 아울러 공사비 인상 등 건설공사 준공 지연 요인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월례간담회를 통해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비아파트 11만호 신축매입임대 방안을 발표했는데, 신청을 받아보니 11만호 이상 들어왔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만호 이상 승인했다”며 “시멘트, 골재 등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해 건설투자 부분도 활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