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백수로 생활하고 있는 하세월(가명)군과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나취직(가명)양이 있다. 하세월군은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 은행에 대출을 알아봤지만 거절당했다. 반면 나취직양은 비슷한 시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큰집으로 이사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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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받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신용점수의 차이다.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드 이용 실적, 대금 납부나 연체, 은행 대출 여부 등 일정기간의 거래 행태를 분석해 평점을 매기게 된다. 다시 말해 경제 활동 여부에 따라 신용도가 매겨지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대외신용도 선방
개인 뿐 아니라 국가간에도 신용등급이 있다. 정부가 도로나 철도, 학교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세우는 등 예산을 집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외국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만약 돈을 빌려간 나라가 만기가 왔을 때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 국가신용등급이란 이러한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3대 신용평가기관은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 영국 피치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 국가들의 장·단기 신용등급 평가한다. 등급 항목은 크게 투자적격과 투자부적격으로 나뉘고 10등급으로 세분화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외환위기 사태 이후 22년만에 역성장했는데 S&P는 대부분 고소득국가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며 현재 국가신용등급인 AA(안정적)를 유지했다.
반면 작년말 일본·프랑스·벨기에 등 107개 국가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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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CDS 프리미엄이란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를 의미한다.
국가 신용 위험도가 낮으면 CDS 프리미엄도 낮아지는데 자동차 보험 등 사고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008년 이후 최저치인데 이를 다시 말하자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채권발행자의 신용 위험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17위권이다. 프랑스보다는 낮고 캐나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ESG가 새로운 투자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가나 기업에 투자하려면 국내총생산(GDP), 매출, 부채 같은 재무정보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면서 환경 파괴는 하지 않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 등 비재무적 요소의 반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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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는 최근 전세계 144개국의 ESG 평가보고서 발표한 바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각분야별 세부항목을 나눠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국가 신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ESG 신용영향점수를 5개 등급으로 나눴다. 한국은 미국·일본 등을 제치고 최고등급인 1등급 받았다.
환경·사회 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GS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의 주요 지표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독일·캐나다·프랑스 등은 ESG 정보공시 의무제도를 도입했다. 국제연합(UN)은 2006년 출발한 유엔책임투자원칙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에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도입한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
우리도 생활 속에서 ESG를 실천할 수 있다. 에코백·텀블러 등 친환경 제품을 자주 사용하면 해당 기업들의 ESG 지표가 높아지고 결국 국가 ESG 지표 또한 올라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