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번 식약처의 메디톡신에 대한 사형선고는 여러 아쉬움과 여운을 남긴다.무엇보다 이번에 사형이 선고된 메디톡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점이다. 죄가 있는 메디톡신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식약처에 신고된 서류에 기입된 원액과 다른 원액을 사용해 만들어진 제품들일 것이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메디톡신은 식약처가 수시로 점검해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검증한 정상적 제품들이다. 물론 과거 메디톡신과 달리 식약처에 신고한 원액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만들어진 이상이 없는 보톡스 제품이다.
요컨대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메디톡신은 과거 3년간 신고한 원액과 다른 원액을 넣어 만들어진 메디톡신의 죄값을 대신 받은 형국이다. 메디톡신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 당시의 메디톡신과 지금의 메디톡신은 사실상 다른 제품인데도 말이다.
이번 식약처의 메디톡신 허가취소 조치는 ‘포지티브 시스템’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메디톡신은 지난 십여년동안 안전성과 약효를 소비자와 의사들로부터 두루 검증받은 국내 대표적 보톡스 제품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허가취소를 당하면서 메디톡신은 아무리 탁월한 의약품이더라도 일단 정부 규제를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가차없이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 건강에 직결된 의약품의 특성상 정부 규제는 제약업체로서는 당연히 지켜야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은 반드시 예외없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잘 지키면서도 인체에 유해하고 효과가 없는 약을 만드는 것보다 규제 준수 여부에 관계없이 인체에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재의 거미줄 규제방식인 ‘포지티브 시스템’ 대신 최소한의 규제만 두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 절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약처의 이번 메디톡신에 대한 사형선고도 엄밀하게 보면 규제 만능주의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지금처럼 강력한 규제와 처벌만을 최우선하면서 아무리 뛰어난 의약품이더라도 규제위반을 빌미로 가차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식약처가 있는 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업가 정신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규제와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두축을 균형있게 판단할수 있는 식약처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