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민간소비 부진에 온라인과 모바일 등 신생 채널의 급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백화점주(株)가 달라지고 있다. 겨울 매서운 한파가 백화점에는 훈풍이 돼 불고 있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겨울 들어 백화점들의 호(好)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이른 추위에 롱패딩 열풍으로 시작된 의류 판매 호조다. NH투자증권은 주요 백화점 3사의 11월 기존점 성장률이 4~6%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4.5%, 현대백화점 5~6%, 신세계백화점 6%대의 성장률이다. ‘평창 롱패딩’ 등 패딩을 중심으로 아동, 남성복 등 판매가 크게 늘었고, 고마진 제품인 여성복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는 그동안 백화점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지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분기까지만 해도 백화점 기존점의 성장률은 -1~-2%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의 실적 개선세가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어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백화점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만 해도 112.3으로 2010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으로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백화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수치다.
백화점들의 달라진 모습이 주가에도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승추세는 확실하다. 최근 한 달 동안 신세계는 주가가 10.3%, 현대백화점은 11.3%가 상승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 호재까지 더해지며 40%가 넘게 올랐다. 다만 백화점주 가운데서도 기업별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있지만 주가는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완화하면서 롯데만은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쇼핑은 나홀로 한 달간 13.4%가 하락했다.
신세계는 증권사들이 백화점주 중 ‘최선호주’로 손꼽는 기업이다.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신규 면세점임에도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4분기 실적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내년 신규 면세점 오픈 부담, 이에 따른 무역센터점 영업면적 감소 등이 우려 사항으로, 주가의 등락이 잦은 것이 단점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대전 타임월드 백화점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면세점까지 회복되는 데 대한 기대가 크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는 유통 업종 중 백화점과 가장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백화점은 의류나 잡화 등 소비재 비중이 높아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백화점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