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인 피살사건, 원한 품은 내연녀와 남자친구 소행

필리핀 경찰, 살해된 황씨 내연녀와 남자친구 검거
황씨 집에서 금품 훔치다 들켜 폭행 당하자 살인 공모·범행
한국 교민, SNS 계정 파악해 수사에 도움
  • 등록 2017-06-11 오전 11:11:24

    수정 2017-06-11 오전 11:43:06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달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총기살해 사건은 피해자의 내연녀가 원한을 갖고 자신의 남자친구와 벌인 범행으로 드러났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한국 교민인 황모(47)씨를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인 A(20·여)씨와 B(34)씨를 검거했다. 필리핀 경찰은 범행에 가담했다 도주한 살인청부업자 C씨의 소재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황씨 집을 찾아 권총으로 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4시 30분쯤 세부 라푸라푸시의 본인 자택에서 얼굴 부위에 총 1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필리핀 경찰은 이웃 주민인 D(28)씨와 E(38)씨가 황씨의 열쇠와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훔친 점을 확인,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 중 한 명의 집에서 혈흔이 묻은 셔츠도 발견해 이들의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한국 경찰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한국인 대상범죄 전담 현지파견 경찰)는 이들의 진범 가능성에 의심을 갖게 됐다. D씨와 E씨의 경찰 진술이 명확하지 않았고 살해 동기도 불분명했다. 특히 한국 경찰이 혈흔이 묻은 셔츠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긴급감정을 받은 결과 황씨의 혈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한국 경찰은 이에 필리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고 자체적으로 조사에도 나섰다. 그러던 중 현지 교민들이 황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확보했고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계정에도 접속했다.

경찰이 황씨 SNS를 확인한 결과 사건 당일인 지난달 17일 A씨는 황씨에게 “집을 방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사결과 황씨와 내연관계인 A씨는 황씨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가 들켜 심하게 폭행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남자친구 B씨와 살인범행을 공모했다. B씨는 살인청부업자 C씨도 범행에 끌여들었다.

A씨는 당일 “훔친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황씨 집을 방문했다. 이어 B씨와 C씨에게 연락해 황씨 집으로 오게해 그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경찰은 A씨가 일하는 마사지 업소에서 그를 검거한 뒤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B씨도 검거해 자백을 받았다.

필리핀 경찰은 살인 혐의로 검거한 A씨와 B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올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첫번째 한국인 살해 사건이다. 경찰청은 사건이 발생하자 코리안데스크와 함께 페쇄회로(CC)TV 전문가, 감식전문가 등 3명을 현지에 급파해 필리핀 경찰의 수사를 돕게 했다.

(자료=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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