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돈 뒤부터 본격 하락이 시작된 지난 6월부터 WTI 유가가 브렌트유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마켓포인트 데이터 인용, 단위:달러/배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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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초부터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보이며 위험자산과 이머징마켓(=신흥국시장) 회복세를 이끌었던 국제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며 다시 시장에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간밤(현지시간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값은 전거래일보다 1.54달러, 3.7%나 하락한 배럴당 40.06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39.82달러를 찍으면서 지난 4월 이후 근 넉 달만에 처음으로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로써 원유시장은 지난 6월초 고점대비 20% 이상 추락하며 다시 베어마켓(=추세적 하락장)으로 진입하게 됐다.
이같은 유가 하락세는 반등세의 배경이었던 시장 수급이 재차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월에 근 8년만에 가장 많은 산유량을 기록하면서 공급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 공급 차질을 빚던 산유국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그나마 공급 축소에 기여해왔던 미국쪽도 심상치 않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가 산출하는 미국내 원유시추 광구수(rig count)는 지난주 374곳으로 늘어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시추 광구수는 5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미국내 원유 생산량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향후 산유량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내 원유 재고는 이미 5억2110만배럴로, 최근 5년간 평균치를 1억배럴 이상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원유시장은 일종의 오버행(Overhang·대규모 물량부담) 이슈를 재현하고 있는 셈이며 이를 해소할 때까지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사참고: 7월29일자 [증시키워드]불안한 유가, 중앙銀 돈풀기의 역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유가가 다시 30달러 아래로 추락하는 패닉양상으로 빠질 것이라곤 생각치 않으며 과도하게 큰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원유시장내 `수급이 악화될 것 같다`는 것이지 아직 `악화됐다`고 말하긴 이른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 최근 유가 하락을 주도한 것도 수급 악화 가능성에 베팅한 일부 투기세력이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WTI시장내 헤지펀드와 단기자금 매니저의 순매도 포지션은 각각 3만8896계약, 18만134계약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10년만에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또 원유시장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한동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자재시장 하락을 압박해온 측면도 강했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크게 약화됐고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원유시장내 투기세력도 뉴스흐름에 따라 쉽사리 포지션을 뒤바꿀 수 있다. 유가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의 상대적인 강세다. 올들어 유가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심심찮게 WTI보다 부진할 정도로 상대적 약세를 보여왔다. 유가 반등의 주역이 미국내 산유량 감소와 수요 증가 때문이니 자연스레 WTI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최근에는 미국 공급이 다시 증가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로열더치셸이 운영하는 북해유전에서 노동자 파업이 이뤄지고 있고 이라크 유전지대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 계속되는 등 공급 차질 우려가 여전한지라 브렌트유가 상대적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이런 요인이 추가로 반영된다면 브렌트유 주도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겠다. 최근 로이터 설문조사에서도 시장 전문가 29명이 제시한 브렌트유 전망은 배럴당 평균 45.20달러로 하반기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심리가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둘 정도로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뉴욕증시 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우리 시장도 서서히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는 신중한 매매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