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구글에 대해 착수한 반독점 혐의 조사를 미국 IT 기업 전반으로 범위를 넓힌 `디지털 단일 시장(digital single market)` 초안을 이번주 승인하고 연내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IT 기업을 대상으로 한 EU의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첫번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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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의 디지털 단일 시장 초안은 온라인 쇼핑에서부터 통신까지 IT 관련 모든 범위를 아우르며 구글이나 아마존 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VOD(주문형비디오)와 왓츠앱·스카이프 등과 같은 메시지 앱,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나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 최근 떠오르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포함된다. 이들 서비스는 전통 유럽 미디어 및 통신사들의 경쟁사다.
EC는 이들 온라인 플랫폼들이 검색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보여주는지,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VOD 기업에 대해서는 전통 TV 방송사들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EC의 초안 문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은 방송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지만 방송사보다 더 낮은 의무를 지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칼날이 강화되는 대신 EU지역내 소규모 상인들에 대해선 다른 나라 고객에게 물건 판매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기업은 자사가 속한 국내법이 아닌 EC의 계약에 따라 법을 적용받게 된다. 또 EC는 불투명한 가격 구조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칼을 댄다. 그동안 대형 미디어 그룹, 예술가, 콘텐츠 제작자 등 사이에서는 저작권 관련 논쟁이 빈번했다. EC 측은 “온라인 복제 단속 강화는 개인적인 오남용보다는 `상업적인 범위에서의 침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EU의 움직임은 미국 주도로 움직이고 있는 인터넷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대형 IT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이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메신저 앱이나 공유서비스 등도 미국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이용자들의 행동이나 정부나 기업들의 대부분 기록이 인터넷에 저장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방대한 자료가 미국 기업으로 넘어가는데에 대한 우려에서다.
이에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 IT 그룹에 대해 EC가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 초 엠마누엘 마크론 프랑스 경제장관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은 서한을 통해 “일부 디지털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필수 디지털 플랫폼을 위한 적절하면서도 일반적인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유럽의 조치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IT전문매체 리코드(Recode)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유럽의 방어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상업적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인터넷을 만들고 확장하고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 기업과 정당하게 경쟁할 수 없어 장애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