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니까 똑같은 제품 만드는 제약사들

국내제약사들 복제약 등 고혈압복합제 무더기 발매 예고
"중복투자로 연구비 비효율 집행" 지적
  • 등록 2013-06-05 오전 9:30:00

    수정 2013-06-05 오전 9:3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두 가지 이상의 약을 섞은 고혈압복합제 시장에 앞다퉈 진입하고 있다. 복제약(제네릭)에 이어 개량신약도 시장성이 높은 약물 개발에 집중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제약사들의 중복투자에 따른 과당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신풍제약(019170)은 지난달 말 ‘암로디핀’과 ‘칸데사르탄’ 두 개의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복합 개량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들어 한올바이오파마(009420)(암로디핀+칸데사르탄), 보령제약(암로디핀+피마사르탄), 일동제약(000230)(실리디핀+발사르탄), 종근당(S암로디핀+텔미사르탄) 등이 유사한 성분을 섞은 복합제 개발에 뛰어든 바 있다.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고혈압 복합제의 인기에 편승한 움직임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계열로 만든 고혈압복합제는 지난 몇 년새 관련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지난 2007년 가장 먼저 등장한 노바티스의 ‘엑스포지’를 시작으로 한미약품(128940)의 아모잘탄,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 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 등이 고혈압약 매출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종전에 두 개의 약물을 복용했던 환자들이 하나의 약으로만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복용도 간편하고 약값 부담도 낮아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제약사들 입장에선 신약과 같은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복합제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복합제 개발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동일 분야에 제약사들이 동시에 뛰어들면서 시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업체간 중복 투자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발매했거나 발매를 앞둔 고혈압복합제는 10개 품목이 넘는다.

특히 조만간 엑스포지의 제네릭 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는 점에서 고혈압 복합제의 시장성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엑스포지의 제네릭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종근당, LG생명과학, JW중외제약 등 30여곳에 달한다. 오는 하반기에는 비슷한 성분의 고혈압 복합제 50여개 제품이 동일 시장을 공략하는 과열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혈압 복합제 시장 뿐만이 아니다.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업체들이 시장성이 높은 ‘고혈압약+고지혈증약’, 항혈전제 복합제 등 유사 제품의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칫 고액의 임상시험 비용을 지불하고 신제품을 내놓더라도 과당경쟁에 따른 낮은 시장성으로 실익을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은 특정 분야가 시장성을 인정받으면 동시에 뒤따라 가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유사 아이템은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 연구개발비의 효율적인 집행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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