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은 기반시설 조성이 1년 지연되면서 촉발됐다. 계약자들은 입주 초기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생활 불편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집값도 하락한 만큼 건설사가 당연히 계약을 취소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사도 계약자들의 소송에 반발하고 나섰다. 입주를 거부한 계약자에게 잔금에 연체이자 24%를 적용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한 것은 물론 대위변제 소송도 함께 걸었다. 기반시설 조성이 늦어진 것은 엄연한 LH 공사의 책임인데 이를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특히 아파트 준공승인까지 난 상황이라 입주거부는 명백한 계약위반으로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사의 입장이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는 인천 영종하늘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하는 동보노빌리티 역시 같은 문제로 계약자들이 건설사에 계약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입주를 앞둔 다른 단지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기반시설 조성 지연…책임은 누가 지나?
문제는 갈등 관계는 명확하지만, 책임질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갈등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LH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LH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용지매각을 통한 기반시설 조성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파트 준공승인 권한을 가진 수도권 지자체도 통상 기반시설 조성이 늦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대부분 아파트 준공상태만 보고 건설사에 준공승인을 해준다. 이렇다 보니 계약자는 입주 뒤 불편이 예상되는데도 문제 해결없이 일단 입주부터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건설사-LH-지자체 등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존재하다 보니 계약자가 문제 해결을 요구해도 누가 나서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심 교수는 “현재로서는 건설사와 계약자 서로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계약자 구제 제도 없어…제도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나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준환 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반시설 조성이 늦어지면 생활 불편은 물론 집값 하락으로 계약자가 피해를 보는데도 입주 초에는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봐 지금까지는 이를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며 “준공승인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계약자 간 갈등에는 시장 침체로 집값이 하락해 발생한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조율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정부가 가운데서 조정하는 역할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