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너도나도 호텔업

"관광객 몰려온다"
현대그룹·대한항공·이랜드 등 신규투자
  • 등록 2012-01-26 오전 10:00:00

    수정 2012-01-26 오후 3:57:5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6일자 0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기업의 호텔업 진출이 활발하다. 사업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70만명. 매년 10%가까이 성장이 예상되는 숙박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은 수익창출 외에도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 17일 남산 반얀트리클럽앤스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반얀트리는 6성급 최고급 호텔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회원제 리조트로 운영되는 곳이다. 타워호텔 자리에 지어졌지만 모기업의 자금난에 매물로 나왔고 이번에 현대호텔을 새주인으로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그룹은 반얀트리를 인수하면 가족형 휴양리조트로 육성할 계획이다.

렉싱턴 호텔과 켄싱턴 리조트 등 국내에 십수개의 호텔·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이달 중순 사이판의 PIC사이판, 팜스 리조트를 인수했다. 또 제주나 강원도에는 호텔을 포함한 테마파크 조성도 구상중이다. 이랜드는 이 호텔들과 함께 국내 호텔사업 강화를 통해 글로벌 레저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현대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강원 강릉에 위치한 호텔현대 경포대를 헐고 새로운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2014년까지 총 20층 160실 규모의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강릉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어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강원에서 첫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호텔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칼호텔 체인을 운영중인 대한항공은 서울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호텔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2008년 종로구 송현동 일대 옛 주한 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를 2800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이곳에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의 한옥형 고급호텔이 포함된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때 학교옆 호텔이라는 이유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했지만 최근 당정청이 유흥주점이나 도박관련 시설이 없는 호텔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사업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매각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성산업도 신도림역 인근 옛 공장부지를 개발해 티큐브시티백화점과 호텔(워커힐 위탁)사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 등과 대림산업 등 일부 기업들은 비즈니스호텔(관광호텔과 달리 비즈니스 목적 여자를 위한 호텔) 운영에 뛰어들었거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여행사의 호텔업 진출도 눈에 띈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지난 12일 신영자산개발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인사동 관훈빌딩을 26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로 개발하기로 했다.

모두투어도 아벤트리라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지분 24.4%를 인수했다. 아벤트리는 서울 견지동 천마빌딩에 160실 규모의 호텔을 지어 오는 8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호텔리조트 운영사인 HTC가 위탁경영을 맡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 호텔은 적어 성수기마다 어려움을 겪었다"며 "보통 250객실의 비즈니스호텔이 연간 110~120억원의 매출을 내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호텔을 직접 운영함으로써 얻어내는 순이익은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함께 여행산업을 이끌었던 자유투어는 부동산 개발회사에 인수된 후 본업이 모객사업보다는 리조트사업에 더 적극적이다. 자유투어는 평창에 복합문화단지인 로하스파크를 운영 중이다. 자유투어는 제주에 두번째 로하스파크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업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의 호텔소유가 오너나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업성에도 신경을 쓴다"며 "대기업 자본의 투자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인프라 확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건, 올해 들어 사이판의 유명 리조트인 PIC사이판과 팜스리조트, 투어몰을 M&A(인수합병)한 이랜드의 연이은 사업 확장이 자칫하면 이랜드그룹 전체의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무리한 M&A를 지양하면 수익창출력 개선으로 중장기적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안정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2~3년이 이랜드에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추진 중인 M&A가 PIC사이판 외에도 더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실적은 좋지만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안정성과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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