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들어온 카드에 직원들은 손뼉을 치고 2차를 간다. 자리 예절은 있어서 늘 아저씨 자리는 정중앙 상전석이다. 거국적으로 쨍했더니 김 대리가 소극적으로 한마디 한다. "신입사원 술 잘 드시네. 어휴 근데 20대가 좋긴 좋다. 저 피부 탱탱한 것 좀 봐. 화장품 뭘 써요?"
그 질문을 받기 위해 천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얌전했던 신입이 말문을 연다. " 뭐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지만, 아이 크림과 에센스는 '비오텡'을 쓰고 스킨하고 로션은 모공관리에 탁월한 '츄리니크'를 쓰는 정도요? 겨울에는 '쇼넬'의 수분 크림을 썼는데 얼마 전부터 '띠올'에서 나오는 젤 타입을 썼더니 번들거리지 않아 좋더라고요. 대리님도 30대 피부치고는 관리 잘하셨네요."
신입의 말에 연방 어쩐지 저쩐지 하며 추임새를 놓던 김 대리가 얼씨구나 자진모리 휘모리로 화답한다. "나는 뭐 특별하게 관리하는 건 없어요. 그냥 세수를 조금 신경 쓰는 정도? 퇴근하면 우선 비누로 세안하고, 그다음에 폼 클렌징으로 각질 제거를 겸해서 세수 한 번 더 하고, 찬물로 마무리 세수를 하죠. 그런데 진짜 피부가 끝내주는 건 팀장님이에요. 서른 중반이 넘었는데도 완전 아기 피부라니까요."
아니 대체 사내놈들이 무슨 화장품 타령이야. 화장품은 전국의 목욕탕에 공통적으로 비치돼 있는 영롱한 녹색 통의 '캐남'이면 다 되는 거 아니야? 등산 갈 때도 선크림 바르는 것이 어색해 죽겠는데 무슨 날마다 그걸 처바르고 앉아 있대? 말 한마디 안 하고 앉아 있는 것도 고역 중에 상고역이어서 옆의 여직원에게 묻는다. "그런데 저렇게 화장품을 신경 쓰면 피부가 좋아지긴 좋아져?"
여직원의 왼쪽 검지는 아저씨 얼굴을, 오른쪽 검지는 신입직원 얼굴을 가리킨다. 모든 직원의 눈동자는 왼쪽을 향했다 오른쪽을 향한 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사진까지 봤으니 앞으로 피부 관리에 더더욱 일로매진하겠다는 결의도 엿보인다. 서둘러 2차 계산까지 해주고 나오면서 아저씨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야 이것들아. 그런 좋은 거 있으면 샘플이라도 하나 갖다주면서 비교를 하든 구박을 하든 해라. 술 얻어먹는 건 부하니까 당연한 거고, 피부 거친 건 상사니까 당연한 거냐? 우리 땐 최루탄 연기로 피부 관리했어, 이 나쁜 쌍쌍바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