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올해 영화제에서 흥행 대작들이 공교롭게도 수상에서 차가운 반응을 받았다. 84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디워'와 700만 명을 넘어선 '화려한 휴가'는 뜨거운 관객 사랑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서는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달 열린 '청룡 영화상'에서 무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화려한 휴가'는 단 한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치적 문제를 다루면서 평범한 소시민들이 역사적 소용돌이에 어떻게 휘말려 희생됐는지를 통찰해 관객의 호평을 불러일으켰지만 심사 위원들은 냉담했다.
'디워'의 경우 심사위원 평가가 아닌 객관적 수치로 수상하는 최다관객상만 가져갔을 뿐이다. 스토리를 떠나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향한 관객의 평가가 있었음에도 끝내 수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1일 열린 '대한민국 영화대상'도 사정은 비슷하다. '디워'가 시각 효과상을 받으며 겨우 체면을 지켰지만 '화려한 휴가'는 또 다시 모든 부문에서 참패했다.
관객 수가 줄고 제작 편수도 예년보다 축소되는 등 충무로 영화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800만과 7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받은 종합 성적표치고는 씁쓸함을 남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초 개봉한 임창정 주연의 '1번가의 기적'은 30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뤘지만 시상식에서는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쯤 되면 관객이 사랑한 영화와 시상식이 선택한 영화의 간극은 풀지 못할 숙제인지 의문이 든다. 관람한 영화가 시상식에서 배제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시상식을 지켜본 사람들은 부랴부랴 DVD나 비디오로 수상작들을 챙겨봐야 했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가 대체로 '지루하다'는 생각은 관객들의 오랜 통념이다. 작품성과 흥행의 차이를 드러내는 고정관념이지만 작품성 짙은 영화를 일반 관객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괴물'처럼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작품도 존재
물론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나 지난해 개봉한 '괴물'처럼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도 있다. 장동건과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점에서 '청룡영화상'에서 최다관객상을 받은 심형래 감독의 수상 소감을 그저 흘려듣기 편치 않다.
"지금까지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제는 처음"이라던 심 감독은 "지금껏 그랬듯이 그림자처럼 열심히 영화를 만들겠다"고 지난했던 걸어온 길을 회상했다.
올해 최다 관객을 기록한데다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전역 2,3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총 1,3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어 할리우드 진출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을 만든 감독은 '그림자처럼 뒤에 있겠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관객의 든든한 지지 기반으로 영화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관객과 함께 하는 축제인 영화제, 그리고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작품상이 때때로 심사위원들만의 전유물처럼 지나친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관객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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