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조직문화 1년 새 후퇴…"3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 당해"

1년 전 조사 때보다 괴롭힘 피해자 증가
신고자 신원 노출·회사 복귀 우려↑
“4인 미만 사업장도 직장 내 괴롭힘 적용해야"
  • 등록 2023-11-12 오후 12:00:00

    수정 2023-11-12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사내 조직문화가 지난 1년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분위기마저 얼어붙어 일터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게티이미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2일 직장인 3명 중 1명(35.9%)이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1년 전 진행된 같은 조사 결과(29.6%)보다 늘어난 수치인데, 피해자들은 열악한 조직문화 때문에 피해를 드러내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9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조직진단 지수를 설문조사했다. 조직진단 지수는 조직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영역(휴식, 평가, 위계, 소통)과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을 평가하는 영역(예방, 대응, 사후조치)등 25개 문항을 조사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조직문화는 부정적이다.

이 조사에서 국내 기업의 조직문화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조직진단 점수는 60.7점으로 2022년(68.7점)보다 8점 떨어졌다. 항목별로는 1년 전보다 10점 이상 점수가 낮아진 지표가 8개에 달했는데 이 중 7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부문이었다. 응답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의 신원 노출 △신고 후 회사 복귀의 어려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문화 △신고 후 바뀌지 않는 사내 괴롭힘 △신고 시 불이익 가능성 등의 항목에서 전보다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응답 결과는 직급과 나이, 직장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일반사원이 상위관리자보다 오차범위 이상 낮은 점수를 기록한 지표는 25개 중 21개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50대보다 10개 지표에서 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직장인들은 퇴근, 휴가, 병가와 같은 휴식 지표에서 300인 이상 기업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에 속하거나 월 500만원 이상 소득을 얻는 직장인은 성과나 실적에 대한 압박, 임원이나 상사에 대한 의전 강요, 상명하복 분위기 등으로 괴로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권오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조직문화의 조사 지표가 1년 만에 크게 떨어진 점은 헌법 제 32조에서 직장인에게 보장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4인 이하 사업장 등 직장 내 괴롭힘 적용이 제외되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사전에 예방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개정해 ‘성폭력 괴롭힘 등 노동인권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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