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기 싫어요"…러군 총에 숨진 6세 소년의 마지막 말은

  • 등록 2022-03-24 오전 8:50:57

    수정 2022-03-24 오전 8:50:57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요. 죽기엔 너무 어려요”

엄마와 누나와 함께 러시아 군을 피해 도망갈 준비를 하던 막심 프랑코(6)가 한 말은 결국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되었다.

막심은 러시아군에게 7발의 총을 맞고 엄마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6세 남자아이 막심이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에게 무차별 총격을 당한 뒤 엄마 무릎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딸 알리나(13)와 막심을 키우던 어머니 안나 체첼니츠카(31)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신체적인 부상보다 (아들을 잃었다는)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하다”면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아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6살 막심 프랑코의 생전 모습.(사진=데일리메일 홈페이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던 지난달 26일, 안나 가족은 사촌 알렉산드르 집에 머물고 있었다.

알렉산드르가 살고 있는 키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습이 점점 격렬해지자 이들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친척 집으로 피신하기로 결정했다.

겁에 질린 채 짐을 싸던 아이들은 겁에 잔뜩 질렸고, 당시 막심은 “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요. 죽기엔 너무 어려요”라고 말하며 두려워했다. 반면 안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며 막심을 안심시키려 했다.

두 가족 6명은 차 한 대를 이용해 서쪽을 향해 달렸다. 안나 가족은 러시아군의 공격 대상인 우크라이나 검문소 두 곳을 안전히 지났지만, 인프라부 앞쪽 고속도로 나들목에 진입했을 때 러시아 군의 무차별 폭격이 쏟아졌다.

총알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운전하던 알렉산드르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그의 아내도 10발 이상의 총알을 맞았지만 다행히 주요 장기를 다치지 않아 목숨을 구했다.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시민들.(사진= AFP)
안나도 귀 근처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치명상은 피했고, 알리나도 오른손과 왼다리에 총을 맞았다. 하지만 막심은 차에서 끌어 내렸을 때 이미 죽은 상태였다. 막심의 손에는 그가 키우던 햄스터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차에서 내린 안나는 막심을 안고 울부짖던 중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이들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영안실엔 자리가 없었다.

결국 막심의 시신은 판지 한 장으로 덮인 채 며칠 동안 키이우 병원 바닥에 방치됐고, 한참 뒤에 안나의 아버지 무덤 옆에 묻힐 수 있었다.

안나 역시 열흘이 지난 뒤에야 르비우 병원으로 이송돼 머리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는 부상으로 인해 막심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소지품을 챙겨나오고 있다. (사진= AFP)
아들을 잃은 아픔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안나는 “차창이 투명해서 누구든지 여자와 아이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왜 총격을 받은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과 하르키우, 체리니히우에서만 3000~33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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