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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일본 열도가 열광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이 농구 결승에 진출한 건 남녀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여자농구 대표팀 중에서는 한국(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과 중국(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가 됐다.
일본은 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농구 여자부 프랑스와 4강전에서 87-71로 크게 이겼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10위 일본이 5위인 프랑스를 상대로 이룬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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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프랑스의 4강전은 “작아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는 평가다. 일본 대표팀 평균 신장은 176cm로, 농구에 출전한 12개 국가 중 두 번째로 작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란 명언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말한다. 농구에선 신장이 곧 재능이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3점 슛’에 올인했다. 골대 밑에서 장신 선수들을 상대하며 높이에서 밀리느니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는 작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모두가 3점 슛을 던져야 한다”는 톰 호바세 일본 감독의 3점 슛 전략은 통했다. 성공률이 12개국 중 1위인 39.4%에 달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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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고난 신체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노력의 가치를 강조하는 주제의식이 체격적 한계를 뛰어넘은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일본인들의 감상은 이렇다.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체격적으로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얼마나 굉장한 연습을 통해 여기까지 왔을까요. 슬램덩크가 아닌 현실의 그녀들의 싸움에 마음이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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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일본에서 여자 농구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1990년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가 야구와 축구에 밀리던 농구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올리긴 했지만 남자 농구에 한해서였다. 세계 순위는 여자 대표팀(10위)이 남자 대표팀(42위)보다 높지만, 인지도에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하치무라 루이(23)와 와타나베 유타(27)가 있는 남자 대표팀에 밀렸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14점을 넣은 미야자와 유키(28)는 “일본 농구계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역시 어딘가 분했다”며 “여자 경기는 좋은 결과를 남겨야만 한다는 것을 통감했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결승 진출로 여자농구도 인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일본 여자 농구팀은 8일 오전 11시30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세계 1위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올림픽 여자 농구 6연패를 달성한 ‘농구의 본고장’이다. 일본인들은 “내 살아생전 농구에서 일본이 결승에 가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쾌거지만 한 번 더 열심히 해서 새로운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은 이미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털어버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