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금융시장 불똥 튈까…최종구 “큰 영향 없을 것”

  • 등록 2019-07-07 오후 12:00:00

    수정 2019-07-07 오후 12:00:00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당국이 일본의 경제 보복이 금융 분야에 미칠 여파를 긴급 점검하고 나섰다. 수출 규제에서 시작한 보복 조치가 국내에 풀린 일본계 자금의 회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해서다. 금융당국은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전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최종구 “일본 금융 보복 효과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 쪽의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이 얼마가 되든 대비하고 거론 가능한 옵션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자체 점검을 했고, 이날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국내 금융기관을 소집해 회의를 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야마구치 등 일본계 은행이 국내에 대출한 전체 여신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21조원가량으로 전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 여신(77조9000억원)의 약 27%에 이른다. 중국계 은행(34%)에 이어 둘째로 큰 금액이다. 이 때문에 일본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과 기업 등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 만기 연장 등을 거절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작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최악의 경우 롤오버(만기 연장)와 신규 대출을 안 해주더라도 대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근거는 과거보다 탄탄해진 국내 금융시장의 체력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우리 금융기관이 신규 차입은 물론 기존 차입도 만기 연장이 어려웠다”면서 “지금은 우리 거시 경제와 금융 시장이 안정돼 있고 금융기관 신인도도 매우 높아서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롤오버 거절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일본계 투자 자금의 회수 역시 “그쪽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기므로 일반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주식시장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출,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송금 제한 등 (일본이 할 수 있는 금융 분야 보복 조치를) 몇 가지 짚어봤다”며 “의미 있는 건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내려도 집값 안 올라”…재정 확대에 무게

또 최 위원장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적극 시사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만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가계부채 및 대출 증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그런 우려가 있다면 금융위가 규제 장치를 동원해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지금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도 해야 하니 통화 정책(기준금리 인하)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면서도 “금리는 이미 충분히 낮아져 있고 지금 금리가 낮지 않아서 투자 자원을 조달하지 못하는 건 아닌 만큼 통화 정책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 재정 확대의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국가채무비율 30%대를 지키면서 아무것도 안 할 거냐, 필요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재정 지출을 하되 40%를 넘길 거냐는 선택의 문제”라며 “우리는 당연히 돈을 써야 하고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재정 여력이 있을 때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향후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위원장은 “거시 경제 정책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재정 정책이고 지금이 제일 필요한 때”라며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는다고 재정 확대를 안 한다는 건 쌀이 얼마 안 남았으니 먹지 않고 굶어 죽자는 거나 마찬가지이며 쌀을 먹고 힘내서 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017년 7월 19일 취임해 조만간 취임 2년을 맞는 최 위원장은 임기 중 최대 성과로 ‘가계부채 증가세 안정’을 꼽았다. 다만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계부채 증가액)이 더 큰 폭으로 줄고 있어서 경기 문제 등 양쪽 면을 같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달 중 매각을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사려는 기업이 입찰 조건 중) 한 두 가지가 부족하다고 하면 보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안으로 결론이 날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 조정을 두고는 “금감원의 분쟁 조정은 어느 한 당사자가 전혀 원하지 않는 안을 강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재판 전에 하는 것인데, 이번 건은 (소멸 시효가 지나) 재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확산하는 본인의 내년 총선 출마설에는 “평소 국회의원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관심이 없고 자신이 없는 거지 출마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위원장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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