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결론 못낸 '삼바 분식회계' 논란…"투자자 혼란 가중"

증선위-금감원 힘겨루기에 재감리 결론…시장 불확실성 증대
  • 등록 2018-07-14 오전 10:00:04

    수정 2018-07-14 오전 10:00:04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2018.7.12 jeong@yna.co.kr/2018-07-12 17:26:25/<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 두 달간 감리를 실시한 금융당국이 불확실한 결론을 내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상호 협조가 필요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5차 임시회의를 가진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감리와 관련해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사와 체결한 주식우선매수권(콜옵션) 약정사항에 대한 공시를 고의로 누락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 변경(종속회사→관계회사) 회계처리 건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은 감리 조치안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에피스의 지배권 변경 회계처리와 관련해 증선위는 수정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원안 고수를 내세워 사실상 거절했다. 하지만 증선위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공은 다시 금감원으로 돌아갔다. 금감원은 다음날인 13일 기자들에게 문자 안내 형식으로 “증선위가 로직스 감리와 관련해 지난 6월부터 두 달에 걸쳐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감리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달간 우여곡절을 겪은 감리는 반쪽짜리 결론과 함께 원점으로 돌아왔다.

로직스는 이번 결과 발표를 통해 회사와 대표이사의 검찰 고발과 담당 임원 해임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재감리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갈 상황에 처했다. 로직스는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을 강구할 방침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와 정치권에서도 의견을 보태면서 혼란은 확장되는 모습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봐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추가 감리는 불필요하며 직접적인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홀로 불안에 떨었다. 금융시장이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남기는 모양새로 결론이 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재감리로 가닥이 잡히면서 장기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증선위 발표 다음날인 13일 로직스 주가는 전일 대비 6.29% 하락하며 위축된 심리를 반영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로직스 분식회계 감리 문제는 다른 회사와 비교해 무게가 남다를 수 있다. 두 달 전 감리에 임했던 첫 마음가짐도 비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리 과정 막판에 보여준 두 기관의 자존심 대결은 결국 투자자만 피해를 입는 결과를 불러왔다. 앞으로 금감원이 재감리를 실시하겠지만, 이미 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회계위반으로 결론 내린 상황에서 공정한 검사가 이뤄질 지 알 수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이번 판결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당국의 무책임한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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