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필호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 두 달간 감리를 실시한 금융당국이 불확실한 결론을 내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상호 협조가 필요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5차 임시회의를 가진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감리와 관련해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사와 체결한 주식우선매수권(콜옵션) 약정사항에 대한 공시를 고의로 누락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 변경(종속회사→관계회사) 회계처리 건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다.
시장은 홀로 불안에 떨었다. 금융시장이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남기는 모양새로 결론이 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재감리로 가닥이 잡히면서 장기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증선위 발표 다음날인 13일 로직스 주가는 전일 대비 6.29% 하락하며 위축된 심리를 반영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로직스 분식회계 감리 문제는 다른 회사와 비교해 무게가 남다를 수 있다. 두 달 전 감리에 임했던 첫 마음가짐도 비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리 과정 막판에 보여준 두 기관의 자존심 대결은 결국 투자자만 피해를 입는 결과를 불러왔다. 앞으로 금감원이 재감리를 실시하겠지만, 이미 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회계위반으로 결론 내린 상황에서 공정한 검사가 이뤄질 지 알 수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이번 판결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당국의 무책임한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