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푼을 쥔 오른손이 음식을 떠서 어떻게 입으로 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흐트러짐 없는 동작이 가능할까?
인체에는 그 모든 동작을 적시에 정확하게 운동기관에 지시하는 ‘뇌’라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뇌’가 생각하고 지시하고 감시 감독하는 데로 몸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만약 ‘뇌’가 생각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몸으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 인간의 신체 상태는 정상적인 것이라 볼 수 없다.
위기를 맞은 기업도 인간의 신체구조와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위기대응의 처음부터 끝이 모두 기업의 ‘두뇌’인 ‘위기관리위원회(위기관리팀)’의 생각과 지시에 의해 실행된다. 따라서 일선에서 목격되는 위기관리 실행의 모습을 잘 지켜보면, 그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가 어떤 생각과 지시를 내렸는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다시 인체 구조를 떠올려 보자. 만약 일선에서 저지른 실수가 위기관리위원회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그 기업의 신체는 정상이 아닌 셈이다. 장애를 가진 아픈 기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에 있어 VIP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선의 대응 실행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일선에서 그리 대응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
또 다른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위기관리위원회 핵심인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하지 않고 격리되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VIP가 부재한 위기관리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적절한 두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결국 일선에서 적절하지 않은 위기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일선이 적절한 위기 대응을 해도 문제다. 두뇌와 육체가 분리된 끔찍한 상태에서 육체가 무엇을 하던 그것은 정상이 아닌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부 기업의 비상식적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공감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평시도 아니고, 위해도가 극에 달한 위기상황에서 조직 일선이 각기 제멋대로 움직이고, 두뇌의 역할을 하는 위기관리위원회는 아무런 의식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면 말이다.
기업이 위기 시 일사불란함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극히 정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서로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고 큰길을 따라 걷거나, 큰 식당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는 것을 ‘대단하다’ ‘훌륭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것이다. 기업에도 그런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경영 리더십의 시험대라 하는 것이다. 기업 철학의 리트머스를 위기 때 확인할 수 있다고도 하는 것이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리더들과 그렇지 못한 리더 간에는 차이가 있다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대부분 리더들은 그런 리더십을 추구하고, 위기 시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시 노력하게 된다.
성공적 리더는 평시 위기관리위원회와 일선 간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가다듬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열심히 체계를 강화시킨다. 실제 위기를 상정해 반복 대응하는 훈련을 한다. 실제 대응을 위해 필요한 여러 자산들에 대해 고민하고 그 각각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
이는 마치 건강한 두뇌와 육체를 관리하는 노력과도 유사하다. 꾸준히 두뇌의 생각에 따라 육체를 움직이고, 손발에 힘을 키우고, 필요 시 두뇌와 몸이 보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과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같은 노력이다. 그런 일상적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위기 시 장애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력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