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용의 공간·공감] 종교개혁 500돌, 한국 교회건축의 실책

  • 등록 2017-11-25 오후 1:27:14

    수정 2017-11-25 오후 1:27:14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표적 대형 교회 S교회 전경.(사진=간삼건축 홈페이지 캡처)
[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 지난달 마지막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 있었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교회와 변질되고 남용된 교황권에 대한 반발은 사랑, 관용, 평등이라는 기독교 원리로의 회귀를 싹틔웠다. 종교가 권력이 되는 현상에 대한 염증은 종교의 본래 기능 회복을 위한 투쟁으로 이어진 것. 이런 종교개혁의 정신은 현대까지 이어져 부의 분배와 복지사회 구축에 기여해 현대 유럽 복지의 정신적 근원이 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종교개혁은 만물의 우위에 있던 교회를 보편적 위치로 조정하는 데 목표가 있었다. 기독교 원리에 충실하게끔 유도함으로써 교회만의 독자적 역할을 배제하고 사회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기독교 정신은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이기에 그러했다. 500돌을 맞아 한국 사회에서도 교회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개혁의 교훈이 기독교정신의 순수한 실천에 있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실천은 물론 행위의 장(場), 즉 교회건축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보유한 종교이기에 교회는 우리 주변에서 매우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건축이기도 하다. 정신적 가치를 실현의 차원으로 끌어내려 사회에 전파하는 것이 종교건축의 기본적 역할이라 할 때, 우리의 교회건축은 과연 기독교 정신을 올바르게 담아내는 그릇으로 건축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세기 전환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교회건축의 뚜렷한 특성은 ‘대형화’에 있다. 대형교회의 탄생이 곧 초대형 교회건축의 신축을 의미한다. 건축규모의 대형화 자체는 사실 교회건축에 대한 합리적 비평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이는 규모의 확장과 함께 종교건축으로서 응당 지향해야 할 공간적 조건들 역시 만족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닫혀있다. 기독교정신은 누구든 찾아올 수 있는 위로의 공간, 치유의 공간, 아무도 비난치 아니하는 공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거대한 구조(mega structure)의 위압감으로 사회공간 속에 존재감을 뽐낸다. 교인들만 드나드는 거대한 섬, 차갑게 경계 지어진 교회의 문은 열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떤 건축보다 열려 있어야 할 교회건축이 배타적이고 닫힌 건축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13년에 건립된 S교회의 설계자는 이 교회의 디자인에 대해 “열려있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교회의 정신을 표현한다. 역동적인 철골구조로 된 타워는 하늘을 향해 열려있고 중앙 광장을 감싸안은 형태를 가짐으로서 혁신과 비전, 겸손과 온화함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의 코너를 점유한 엄청난 크기와 반사광을 뿜어내는 유리벽으로 치장한 비정형 건축물에서 겸손과 온화함, 열린 치유의 공간을 상상하긴 어려워 보인다.

열린공간의 구축은 그 공간이 담아내는 정신을 전파하는 가장 쉬운 도구다. 교회의 공간을 사회와 소통케 내어주고 그 공간을 감싼 형태와 재료를 이타적으로 계획한다면 시민들은 자신의 종교색과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교회공간을 찾아 모여들 것이다. 공간에 머문다는 것이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성을 이해하는 첫 단계임을 생각한다면 교회건축의 변화는 결국 교회 스스로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공간이 갖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힘이고 교회건축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
☞현창용 대표는?

-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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