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안 팔린 집 다시 싸게 내놓은 두산

두산밥캣, 구주매출 물량 줄이고 주당 공모가격도 낮춰 증권신고서 다시 제출
두산인프라·엔진 구주매출 유입자금 현저히 줄어…내년 차입만기 대응 필요
두산측 지분 상장후 1년 보호예수…두산인프라 이미 2400만주 담보 제공중
해외자회사→해외지주→밥캣→주주로 이어지는 복잡한 배당구조도 감안해야
  • 등록 2016-10-15 오전 8:50:00

    수정 2016-10-15 오전 8:50: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지난주에 이어 또한번 두산그룹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두산밥캣 상장이 한 차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장절차를 유보했다가 공모가격 낮추고 공모물량도 줄여서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했습니다. 11월18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두산밥캣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습니다. 증권신고서는 투자판단에 필요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그래서 신고서에 나온 내용 중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을 짚어보고 두산밥캣 공모방식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밥캣 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 지 살펴보겠습니다.

비싸게 팔고 싶었던 전 주인 vs 비싸다고 생각했던 새 주인

지난 주 기사(주식톺아보기-두산밥캣 상장과 두산그룹주 영향)에서 두산밥캣 상장 방식은 신주발행없이 기존주주(구주주)들의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 방식이어서 두산밥캣에 들어오는 자금이 없다는 점(상장규정에 따라 인수주선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소량의 신주 제외), 그리고 이러한 전량 구주매출 방식의 상장공모는 집을 사고파는 것과 같은 논리여서 집을 내놓은 전(前) 주인은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은 반면 그들로부터 집을 사서 새 주인이 되어야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싸게 산 후 자신이 집주인이 됐을 때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것과 같은 흐름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전 주인은 이번 구주매출 방식의 상장공모로 두산밥캣 지분을 모두 정리할 재무적투자자들이고 이들과 함께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하는 두산그룹은 상장 후에도 최대주주를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집주인이긴 한데 자기네들 방한 칸을 이번에 현금이 필요해서 내놓는 셈입니다. 또 이들이 가진 주식을 공모로 사서 새롭게 두산밥켓의 주주가 될 공모투자자들은 새 주인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들 간의 입장은 서로 다를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인데요.

또한 애초 두산측이 계획한 두산밥캣 구주매출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절반에 육박하는 49%였습니다. 이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 적지 않은 물량이어서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격 대비 어느 수준 유지할지 판단하는 게 공모투자자들 입장에선 중요하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수요예측 결과 기관투자자들은 애초 회사측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의 하단(주당 4만1000원)도 비싸게 봤던 것입니다. 밴드 하단도 모자라서 더 아래의 가격이 적정하다는 수요가 많았고, 그래서 회사 측에서도 이대로는 상장공모를 진행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기존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재논의 끝에 다시 상장 계획을 전면 수정해서 내놓은 것입니다.



두산 측 구주매출로 확보하는 자금 현저히 줄어

두산밥캣의 기존 상장방안과 수정 방안의 가장 큰 차이는 구주매출 물량을 기존 4898만주에서 3000만주로 대폭 줄인 것입니다. 두산밥캣 전체 발행주식주(1억주) 기준으로는 기존에는 49%의 물량인데 수정안은 30%만 내놓는 것입니다. 줄어든 물량은 모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보유한 주식입니다.

그래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상장방안으로는 약 1조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당시 희망공모가 하단을 유지한다는 가정) 이번 수정안으로는 그보다 현저히 적은 약 2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전망입니다. 두산엔진도 기존 방안으로는 약 2000억원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수정안으로는 약 400억원 안팎을 손에 쥐게 됩니다. 여기에 두산측이 재무적투자자에 일부 재매입한 물량이 있는데요 이에따른 현금 추가 유입까지 감안하면 두산측이 확보하게 될 자금은 총 3000억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상장계획대비 수정된 상장계획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확보하는 금액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두산인프라코어·엔진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해야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시각각 빌린 돈(차입금)을 갚아야 할 시기(만기)가 다가오는데요. 당장 올 4분기에 만기 돌아오는 3900억원은 대응할 수 있더라도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공모·사모 합쳐서 약 7500억 원이 있습니다. 또 2012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에 대한 차환·상환 부담도 있습니다.

자료:NICE신용평가, 2016년 7월말 기준, 신종자본증권은 배당률 Step-up시기를 의미.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상장방안에 따르면 1조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오는 셈이었으니 내년 만기회사채를 갚고 가용할 수 있는 현금과 벌어들일 영업이익까지 더하면 신종자본증권까지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는데요, 수정 상장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내년 회사채 만기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른 유동성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합니다. 그리고 기존 상장방안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빚부담을 줄이면서 이자비용도 그만큼 절약하고 전반적으로 신용등급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신용등급 추가 하락은 방어할 수 있어도 당장 상승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산엔진의 경우에도 기존 상장방안으로는 약 2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올 뻔했던 것이 370억 원 가량 들어오는 것이니까 계획에 차질이 있고 특히 내년 10월에 1000억원 규모 공모회사채 만기가 돌아옵니다. 두산엔진은 선박용 엔진을 주로 만들어서 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에 납품하는 곳인데 전방산업인 조선업 침체로 수주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익창출능력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거듭 말씀드리는 관건입니다.

두산밥캣 상장 전후 주요주주 지분율 변화표(자료: 삼성증권)


두산인프라, 밥캣 상장후 1년간 보호예수…잔여지분 40%는 이미 담보 제공

두산밥캣이 현 공모구조대로 상장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9.4%, 두산엔진은 10.6%를 보유합니다. 공모때 내놓는 물량을 줄인 만큼 상장후 보유할 주식은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두산인프라코어·엔진이 이번 밥캣 상장으로 현금을 조금이나마 확보해 차입금을 갚고 밥캣 상장 이후 잔여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단 두산측 지분은 두산밥캣 상장 이후 1년간 매도 제한(보호예수) 물량입니다. 기존의 상장방안에선 두산인프라·엔진 지분을 상장 후 6개월간 보호예수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수정 상장방안에서는 기간을 1년으로 늘렸습니다.



두산측이 자신들의 지분 매도 제한 기간을 늘린 것은 일단 투자심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동안 ‘두산밥캣 상장 후에도 두산그룹이 지분 일부를 팔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밥캣의 상장 후 주가흐름이 오버행(물량부담) 이슈 때문에 부진하지 않을까. 그럼 지금의 공모가격도 부담 아니냐’는 시각이 그동안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우기 위해 두산 측이 보호예수 기간을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엔진은 향후 추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할 경우 두산밥캣 주식 일부를 당장 처분할 수는 없지만 주식을 담보로한 대출 등 다른 유동화 방안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하나 고려해야할 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지금도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 6661만주 가운데 2419만주를 담보로 6915억 원을 빌려놓은 상황입니다. 이 담보계약은 상장 후에도 지속된다고 두산 측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상장 후에 보유하게 될 두산밥캣 지분(5947만주) 기준으로는 약 40%는 이미 담보가 설정돼 있는 것입니다.

두산밥캣 배당흐름도(자료: 증권신고서)


두산밥캣 배당 구조 단순하지 않다

두산밥캣 상장 이후 밥캣이 좋은 실적흐름을 보여준다면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두산그룹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일입니다. 다만 두산밥캣 지배구조를 보면 밥캣의 실적 개선이 곧바로 배당같은 직접적인 현금유입형태로 이어지는 것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점이 발견됩니다.

이번에 상장하는 두산밥캣은 국내 상장을 위한 국내지주회사이고 실제 굴삭기 등 소형 건설기계를 만드는 곳은 해외사업자회사들입니다. 두산밥캣이 미국과 유럽의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그 밑에 사업자회사들이 있는 구조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실제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해외자회사들의 유보자금은 해외지주회사를 거쳐 국내지주회사인 두산밥캣으로 오고 이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나 기타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국경을 오가는 여러 단계를 거치니까 과세·환율 문제 등 부수적인 절차들이 있습니다. 두산밥캣 현금의 원천인 사업자회사들의 배당금이 국내본사(두산밥캣)을 거쳐 주주들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두산밥캣 증권신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기업 상장사와 같은 배당을 실시했을 경우 더 낮은 배당금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고 통상 배당금 지급시기가 오래 걸려 한국기업 상장사보다 배당금 수취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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