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라는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가 모회사로 있었던 덕에 이들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 네이트온과 싸이월드 모두 카카오톡 이전부터 모바일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 구조에서 대기업 조직은 대응이 느렸다. 통화·문자 메시지 매출 감소를 원하지 않았던 모회사의 눈치도 컸다. 느린 의사 구조, 변화에 대한 두려움 같은 대기업병이 이들 서비스에 도지면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시장을 내주게 됐다.
스타트업 DNA 이식 통해 대기업병 치유 나선 SKT
지난 10년간의 인터넷 비즈니스 실패는 대기업 SK텔레콤에 어떤 교훈을 줬을까.
먼저 SK텔레콤은 조직내 스타트업 DNA 심기에 나섰다. CEO 등 기업 조직 윗단에서 결정하고 하부 실무 조직으로 지시가 내려가는 기존 사업 방식 탈피를 시도중이다. 통신 인프라 기업이라는 특성상 전체 조직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일부 생활가치 플랫폼 사업에서 시작했다.
이중 T밸리(T-Valley)는 독특한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조직 구성과 목적 자체는 스타트업을 닮았다.
캠프는 SK텔레콤 T밸리 소속 직원 누구나 구성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제안자가 중심이 돼 캠프가 꾸려진다. 캠프 구성원은 다른 캠프에도 합류할 수 있다.
T밸리에서 선보인 서비스로는 직매입 기반 중고거래 ‘딜라이트’, 자영업자 중심의 뷰티서비스 중개 ‘뷰티링크’, 반려동물 서비스 포털 ‘펫트윈’, 자녀 케어 플랫폼 ‘클럽 T키즈’ 등이 있다.
SK텔레콤은 생활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상실했던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수익성을 내고 있는 끊임없는 혁신 시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10년간의 경험→대기업병 치유 반면교사
SK텔레콤의 시도가 성과를 낼까. 외부는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O2O로 대변되는 생활 플랫폼 서비스는 40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주지원 SK텔레콤 상품마케팅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위험과 같은 기회가 있고 한발 한발 나가는 게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동통신 또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 서비스를 빠르게 시도했고 모든 서비스가 효과를 낸 건 아니라는 점에서 그 회사(카카오)와 우리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T밸리는 이 부분에서 좀더 자유로운 조직”이라며 “과거의 실패를 피하고자 설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 본부장은 “T밸리는 지난 6개월동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SKT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며 “고객 생활 가치 부분에 있어 (대기업 SKT)라는 이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T벨리가 대기업병에 물들지 않게 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이 진입해 포식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염려한 결정이다.
이같은 견해에 주 본부장은 “대기업이라는 무게가 분명 있다”면서도 “외부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해 나갈 것이고 우리가 갖는 사회적 책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