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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계약서와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꼼꼼히 살펴보던 A씨는 차량이 침수로 인해 전손 처리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손차량이란 침수나 대형사고 등으로 인해 보험사가 차주에게 차량가의 70~80%를 보상하고 인수한 차량을 말합니다. 전손차량은 큰 충격을 받은 경력이 있기에 결함가능성이 높고 차량제조사에서도 엔진이나 미션 등 주요장치에 대한 보증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되도록 피해야 할 중고차죠.
A씨는 나흘 뒤 판매자에게 “침수 전손 처리된 차량이니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계약 때 동봉한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에는 ‘전손차량’이라고 기재돼 있었고 A씨는 그 아래 서명까지 했다”며 반환을 거부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서 만났습니다.
대전지법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전지법은 2013년 6월 “전손차량이라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해당 차량을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A씨의 주장이 경험칙상으로 납득이 간다”며 “매매계약의 내용에 관한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만큼 판매자는 4200만원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침수로 인한 전손차량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지 않았거나 훨씬 싼 가격에 샀을 것”이라고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판매자는 B씨가 차량을 4년간 이용했고 침수로 수리도 했기에 전액을 반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씨는 전손 침수차량이라는 모르고 쓴 ‘선의의 점유자’”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손차량을 샀다 해도 판매자가 이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다면 이후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책임입니다. 2014년 5월 경기도의 한 매매업체에서 중고 수입차를 1600만원에 구매한 C씨는 “해당차량은 전손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점검기록부에 사고·침수 경력이 없다고 기재돼 있다”며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김현윤 소비자보호원 자동차팀장은 “전손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에 접속해 조회하면 된다”며 “성능점검기록부상 자동차 상태표시에 체크가 많다면 수리 받은 부분이 많은 차량이기에 전손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 팀장은 또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보장해주겠다고 구두 약속한 부분은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