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식급관 비슷한 부부, 대장암검사 함께 받아야

  • 등록 2014-06-05 오전 6:33:05

    수정 2014-06-05 오전 6:33:05

[정춘식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원장] 지난 1990년대만 해도 ‘대장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주로 ‘분변잠혈 반응 검사’로 대장암 검진을 했다. 그 당시엔 출혈이나 복통, 배변 습관의 변화 등을 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들 중 대장 내시경 검사로 대장암이 진단되면 초기보다는 3기, 심지어 타 장기에 이미 전이된 4기가 많이 발견됐다.

그러다 2000년대에 와서 대장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됐다. 이는 대장항문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병·의원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병원에서는 위 내시경보다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대장 내시경 검사의 증가는 대장·직장암의 조기 진단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대장암 발병률 빈도가 전체 암 중에서 3번째가 된 것의 한 원인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초기 대장암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대장암은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지 않고 대장 내시경을 통한 점막절제술(EMR)이나 점막하박리술(ESD)과 같은 시술로 치료할 수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살던 윤모(남· 56)씨는 4년 전 배변 습관의 변화로 내원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에스결장암 진단을 받고 복강경하 에스결장 절제수술을 받았다. 입원기간 동안 부인이 정성스럽게 간호한 덕인지, 수술 4일째 퇴원하고 일주일 후 외래로 내원했다.

수술을 받고 나니 미리 검사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부인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검사 결과, 우측 대장에 종양이 발견되었고, 육안 상으로는 심하지 않았으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 입원 후 다음날 복강경하 우측 대장 절제수술을 시행받았다.

남편은 수술 후 3기로 진단돼 6개월간 주사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그의 부인은 다행히 2기 초에 해당되어 항암제 치료는 받지 않았다. 이제 수술 후 완치판정까지 1년이 남았는데, 병원에 올 때마다 그때 검사해보기를 잘했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부부는 자녀들이 일찍 출가한 상태라 항암 치료가 끝난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 근교에서 전원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대장암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식생활 습관이 어느 정도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대장암 발병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전적 요소이며, 그 다음이 식생활 습관이다. 그래서 대장암 검사 상 직계 가족의 암 발생 병력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생활이 비슷한 부부의 암 발생 병력도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령에 맞춘 정기적 검사가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최선의 방법임은 당연한 사실이다.

정춘식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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