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공무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는데 다들 알고서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각종 서류마다 창조경제란 단어를 끼워 넣고는 있지만, 솔직히 나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지난 몇 달간 기자는 공무원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취재원들과 만날 때마다 비슷한 푸념을 들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만큼 ‘창조경제’란 단어는 각종 행사를 비롯한 중요한 자리마다 등장하고, 보도자료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막상 창조경제가 뭐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도 창조경제를 주제로 한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는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참석자가 넘쳐난다. 국회에서도 창조경제를 좀 알 것 같다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불러 식사시간을 쪼개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윤종록 미래부 제 2차관이 번역한 이스라엘 경제의 성장비법을 담은 책 ‘창업국가’는 별다른 홍보 없이 올 들어서만 2000 부가 넘게 팔렸다.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창조경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창조경제가 도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청와대 수석들이 진땀을 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피로감과 염증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창조경제 이야기를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고, 벌써 너무 지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네티즌들의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창조경제의 실체’같은 제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정권이 바뀔 때면 하나씩 내거는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할 뿐 내용은 다를 게 없다’든지 ‘한국경제가 개판이 될 것 같다’는 등의 내용도 목격된다.
결국 창조경제를 ‘창조’하기 전에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는 국민의 피로감부터 해결해줘야 할 것 같다. 피로가 쌓이면 의욕을 저하할 뿐 아니라 무관심마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불안하게 느끼는 건 비단 기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벌써 나오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에 비하면 양반이었다”라는 비아냥을 그저 흘려듣고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