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외국인 자금..왜 그럴까?

  • 등록 2012-10-24 오전 9:23:00

    수정 2012-10-24 오전 9:23:00

[이데일리 김상욱 황수연 기자] 10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을 가리지 않고 원화자산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그동안 돈 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으로 밀려들던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자체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주식도 팔고, 채권도 팔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들어 22일까지 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8월 6조6080억원, 9월3조680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들어 외국인 투자금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주로 미국계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들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며 ‘거품’ 우려까지 제기되던 채권시장 역시 13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장외시장에서는 여전히 2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중이지만 장내거래를 합산할 경우 유출로 집계된다. 미국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왔지만 유럽과 태국 등의 자금이 빠져나간 결과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대내외 금리차가 좁혀지자 원화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국인들의 달러 투자금 유입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던 달러-원 환율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하락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어느쪽으로도 베팅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로 현재 금융시장의 흐름을 요약했다.

◇길어지는 불황탓..지지부진 흐름 이어질듯

최근 외국인 자금의 흐름은 무엇보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영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낮춰졌고, 글로벌 경제의 하방위험이 여전한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11일 2.4%로 대폭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3.6%와 3.2%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건전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하지만 경기 전망 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선진국들의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금유입 기대가 너무 컸던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9월 한국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상향될 당시 시장과 당국은 외국인 자금의 과다유입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대외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한 논의 진전에 실패했고, 미국과 중국 경제도 최악은 면했지만 제대로 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달 들어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과 IMF 등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줄줄이 낮추고, 장기불황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국내외 할 것 없이 ‘성장’이 외국인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돈은 많이 풀려 있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라며 “당초 기대처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일부의 우려처럼 급격한 외국인 자금유출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낮게 봤다. 이 센터장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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