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덮친 유럽 재정위기..`지구촌 재앙되나`

伊은행 중심으로 자금조달 난항
美·日 등 경기 후퇴 우려도
  • 등록 2011-11-18 오전 9:49:17

    수정 2011-11-18 오전 9:52:2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유럽 금융권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염을 막을 뾰족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장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정난에 처한 국가들의 은행들이다. 시장 불안으로 핵심 자금원인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것. 최근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권의 자금 조달에 이상 신호가 발견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우려의 중심에 서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니크레디트는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은행 부문의 인력을 줄이고 사업부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유니크레디트는 또 이탈리아 은행권을 대표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자금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 수키 만 소시에테제네랄 신용담당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은행들이 7월부터 발행한 유로화 표시 채권이 고작 105억유로어치 밖에 되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 들어 자본시장에서 29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485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들은 혹시 모를 국가 부도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 이들 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이런 와중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에는 속해 있지 않은 영국 은행들은 위기 확산을 우려, 유로존 재정불량국 은행권 익스포저를 줄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FT는 영국 은행들이 지난 6~9월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권 익스포저를 24% 축소했다고 전했다.

비단 유럽 금융권뿐만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미국과 일본 등의 전 세계 금융권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11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정불량국 부채 문제와 해당 국가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 2009년~2013년 만기 도래하는 이탈리아 채권 규모(단위:십억달러. 출처:FT)


그는 또 "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본은 엔화 강세와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댄 애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미국 경기 후퇴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커슨 CEO는 "확산일로를 걷는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능가할 수 있다"며 미 경제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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