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와 `결자해지론`..美 불개입 고수할까

유럽·중국 등 연일 미국 압박
부시 행정부는 `불개입-무간섭` 고수
개입 효과두고 `갑론을박`
  • 등록 2007-11-12 오전 9:46:48

    수정 2007-11-12 오전 9:48:20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전세계 무역 질서를 위협하자 미국의 `결자해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직접 나서 달러화 하락에 브레이크를 걸라는 것.

유럽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이를 거론하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주 "유로/달러 환율이 1.47달러에 이른 것은 너무 급격하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강한 유로와 약한 달러`를 거론하며 외환보유고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영악하게도 `곁불 작전`에 나섰다.

전세계가 들썩일 만큼 달러 가치가 많이 떨어지긴 많이 떨어졌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휘하 16개월 동안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에 비해 9.5% 떨어졌다. 벤 S.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래 11% 하락했다.

◇부시 행정부, 철저한 `무간섭 주의`.."아직은 점진적 하락"

그러나 현 미국 정부나 FRB의 원칙은 철저한 `무간섭 주의`다.
 
이들은 모든 것이 시장 메카니즘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해 관계에 맞고, 미국 경제 펀더멘털로 볼 때 달러는 힘을 받을 것"이라는 발언만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립서비스`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 로버트 루빈 前 미국 재무장관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외환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도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지난 1995년 8월 3억달러 규모의 엔화, 4억달러 규모의 마르크(당시 독일통화)를 매각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당시 달러는 FRB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하고 있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은 지난 2000년. 그러나 이 당시 유로 가치만 더 뛰었다. 현 정부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개입 가능성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 그리고 전직 관료들이 보기에 미국은 달러 가치 하락이 가파르거나 `무질서(disorderly)`해서 금융 시장을 위협할 만큼, 즉 달러 자산에서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떠나 미국 경제를 위협하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미국은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긴 했어도 아직까지는 `점진적(gradual)`"이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FRB와 재무부 관료를 지내고 현재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i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에 근무하고 있는 에드윈 트루만은 "단 한 차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선 장애물이 더 높아졌다"면서 "미국 정부는 시장 개입이란 것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美 환시 개입할꺄..효과 별로 없을 수도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시장에 개입해도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이 워낙 방대하고, 중국 등 전세계 외환 시장의 영향력 있는 주체들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다만 `구두 개입`의 표현 자체를 바꾸는 식으로 개입할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강(强) 달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놨지만 시장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는 미국 이해에 맞는다(a strong dollar is in the U.S. interest)"라는 발언에 "달러는 더 강해져 오고 있다"는 표현을 보탰다. "미국은 달러가 충분히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강한 수사(rhetoric)라고 해도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주장한다.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 달러에 영향을 주는 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FRB가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거나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없다고 발언할 경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어느 정도의 달러 하락이 FRB의 성장,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해칠 수 있는 지를 명확히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연구소의 트루만은 "미국 정부는 만약 상황이 악화될 경우엔 `강한 달러`란 주문 뒤에 숨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재무부와 FRB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달러 하락에 대한 치어리더로 인지되지 않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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